생각의 본질을 담는 '좋은 기록' 전략 1편: 노트테이킹이 아닌 노트메이킹

저는 2023년부터 기록에 대한 제 생각과 철학을 YouTube 동영상 및 강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어요. 노트와 기록 전문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기록을 살펴보며 알게 된 흥미로운 점과 인사이트를 이번 뉴스레터 시리즈를 통해 한번 나눠볼게요.

평생 기록을 해왔음에도 기록을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제 강의를 들어주시는 모든 분께 늘 강의 초반에 시작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미 '기록 전문가'이자 '메모 장인'이에요.

제 강의에 참여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저에게 ‘기록 강의’를 들으러 왔지만 이미 ‘여러분들은 메모 장인이다!’라고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는데요.

제가 여러분들을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기록을 해왔어요. 2가지 예시를 가지고 왔어요.

1. 일기

위 사진은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교 시절 일기 사진이에요. 이 일기는 인터넷에서 가져왔는데, 일기의 주인공인 '유리'님은 결혼식장에 가서 누구 결혼식인지는 보지도 않고 먹을 것만 기억이 나서 일기에 먹을 것만 적었네요. (ㅋㅋ)

유리님은 철없던 시절의 일기를 보고 '당시 내가 왜 이런 것을 썼을까?'를 생각하면서 무려 48시간 동안 웃었으셨다고 해요. 초등학교를 때는 모두가 이런 방학 일기를 써봤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절 때마다 오랜만에 본가를 가거나 하면 가끔 어릴적 이런 일기를 읽으면서 그 당시의 자신을 상상하며 '내가 그때 왜 그랬었지?'라고 추억해 본 분들이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2. 학교 수업필기

위 사진은 제가 대학교/대학원 때 통계학을 공부하면서 필기했던 노트의 일부에요. 노트를 보면 되게 알록달록하게 이쁜 그래프와 표를 그리면서 필기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는 문구점에서 하이테크(HI-TEC-C) 펜을 깔별로 구입해서 열심히 필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제일 좋아하거나 자신이 있던 과목을 공부하거나 정리노트를 만들다 어느 순간 내가 공부하는 건지 색칠만 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정성껏 꾸몄던 경험, 한 번씩은 있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희 동네는 하이테크씨라고 불렀는데 어느 지역은 하이테크라고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들 지역은 어떠셨나요?)

철이 없던 시절에 적었던 일기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열심히 수업이나 강의를 들으며 필기를 했던 노트도 모두 기록의 한 종류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회사에 가도 우리는 회의록 등 다양한 기록을 하고, 평소에 우리가 어떤 정보를 보거나 들었을 때도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평생 기록을 해왔기에 모두가 기록 전문가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초월하고도 남을 시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기록 전문가를 찾아 기록과 노트에 대한 강의를 듣습니다. 모두가 메모 전문가여야 하지만 '제가 기록과 정리를 잘하고 싶어서요'라고 하며 강의를 신청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알고 보면 "모두가 평생 메모를 해왔기에 메모 전문가여야 하지만 잘할 줄 모른다." 이렇게 생각이 되는 순간 매우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 이해도 됩니다. 기록을 평생 해왔을지언정 기록과 노트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것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무엇이 좋은 기록이고 어떻게 해야 의미 있게 기록하는 것인지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점점 더 부각되는 '좋은 기록'의 중요성

그런데 저는 노트(note)와 문서(document)는 엄연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트는 순간순간의 생각을 표현한 기록의 형태에요. 노트가 1개 이상 모여서 연결(connect)되고 편집(edit)되어 정제된 것 최종 결과물이 문서(document)라고 보고 있어요.

문서는 여러 편집 과정을 거쳐 논리적으로 표현된 정제된 지식의 산출물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되기 위한 용도를 갖습니다. 반면에 노트는 편집되지 않았으며 논리적이지도 않을 수 있는 지식의 조각입니다. 노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note의 어원의 not도 '내가 알아차림'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순수한 생각 그 자체도 딱히 논리적이거나 정제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런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 담긴 노트도 정제되지 않고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선적 노트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그 생각의 본모습을 잘 반영하지 못합니다.

위와 같이 노트와 문서는 다르며, 우리 생각의 본질이 순수한 원형의 모습으로 기록되는 것이 노트이기에 우리가 '노트'를 기록하는 방식은 '문서'와 기록하는 방식과 달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노트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생각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각의 본질?

1. 생각이란 것은 나와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우리는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청각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세계로부터 온 자극을 수용해 일단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저장해 놓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외부자극들로 어떤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어떻게든 조합하고 분석하여 이해해야 하는데 기존에 알고 있는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살아온 것이 있기 때문에 아예 지식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죠. 지금의 '나'는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의 지금까지 살아오며 있었던 모든 기억, 가치관, 원칙, 전문지식, 생각의 총체물입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나와 내 자아가 형성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형성된 자아가 우리 몸의 오감을 통해 받아들여온 외부 자극 / 데이터들을 처리하고 분석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생각이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2. 생각이란 것은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의 결과물은 '느낌'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그 '느낌'은 '좋고 나쁨' 또는 '옳고 그름'의 형태로 나뉩니다. “기분이 좋았어! 나빴어! 이것은 옳은 것 같아! 이것은 아닌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죠.

그런데 이런 '느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누가 나에게 험한 말을 했는데 기분이 나쁜 느낌이 들었다? 예쁜 사람을 봐서 기분이 좋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기사에서 누가 횡령을 하는 것을 보고 '옳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전에 어떤 선택을 하였는데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순간 나타나는 '느낌'들은 그냥 나타나는 것이에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습니다.

3. '생각하기'는 우리가 '느낀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의 결과가 '느낌'이라면, 생각을 했다는 것은 우리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어떤 기분 나쁜 순간이 있었던 것은 기분 나쁜 생각이 그냥 든 것이고, "어...기분이 나빴네? 마음이 불쾌하네?"라는 것은 자신이 그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의 결과 나타나는 느낌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고 수용하는 것이라 합니다.

국내 1호 기록학자가 말하는 생각

'김교수의 세가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거인의 노트>와 <파서블>의 저자이신 국내 1호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익한 교수님께서는 생각을 시냇물로 비유하셨어요. 우리의 생각은 마치 시냇물과 같습니다. 시냇물은 끝도 없이 계속 흘러내리듯이 생각도 끝도 없이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사람은 하루에도 6천개의 생각을 한다는 연구가 있듯이 생각도 그냥 끊임없이 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생각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에요.

김익한 교수님께서는 ‘생각한다’라는 것은, 그 끝도 없는 생각의 시냇물에서 하나의 생각을 끄집어 올리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마치 끝도 강가에 연어 떼가 끝도 없이 내려오는데 한 마리의 연어를 끄집어 올려 잡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끝도 없는 생각 중에서 하나를 끄집어내는 것이고, 기록한다는 것은 그 생각을 관찰하고 저장한다는 것입니다.

명상(Meditation)과 마음챙김(Mindfulness)의 세계에서 말하는 생각

명상과 마음챙김의 세계에서도 생각을 비슷하게 말하고 있어요.

저는 헤드스페이스(Headspace)라는 앱을 통해 마음챙김을 접하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 명상을 하고 있는데요. 10분간 헤드스페이스 명상 세션을 하면 늘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명상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면 그냥 흘러보내세요."

명상할 때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며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데요. 마음챙김 입문자들에게는 쉬울 수가 없습니다. 5~10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리고 있어야 하는데, 안 심심할 수가 없죠. 그래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음챙김을 오랫동안 실천해 온 명상 전문가들에게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날 수 있죠. 무엇이든 말이죠. 그런데 명상에서 말하는 것은, '생각이 났으면 생각했음을 수용하고 흘려보내라' 입니다.

생각의 본질을 반영한 효과적이며 가치 있는 노트 전략

노트테이킹(Notetaking)이란 것은 들어봤는데 노트메이킹(Notemaking)은 뭘까요? 노트테이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트와 메모 방식입니다. 누군가 무엇을 '메모한다'라고 할 때는 외부 자료(강의, 수업, 책, 동영상 등)를 보고 그것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기록하죠. 그런데 그 외부자료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지식을 정리하고 구조화한 것이고 나의 이해와 고유한 생각이 거의 없는 기록입니다. 반대로 노트메이킹이란 것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 나의 생각과 지식을 정리하고 구조화한 기록의 형태입니다.

노트테이킹과 노트메이킹의 차이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트테이킹과 노트메이킹에서 '노트'라는 단어는 공통적인데 '테이킹'과 '메이킹'의 단어가 다르잖아요. 노트란 것은 순수한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과 지식' 그 자체라고 앞서 표현했는데, 노트테이킹에서 '테이킹(taking)'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지식을 그대로 가져온다(Take Note)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고, 노트메이킹에서의 '메이킹(making)'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으로 나의 지식을 만든다(Make Note)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외부 정보를 듣고 그것을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에 익숙할 것이에요. 그런데 내가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어요. 그런데 남의 생각을 받아서(take)에서 만드는 지식(note)보다 나의 머릿속의 생각을 풀어내서 내가 직접 만드는(make)하는 지식(note)이 더 가치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에게 모두 가치가 있고, 그 가치 있는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노트메이킹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은 ChatGPT에게 '예시 데이터'로 남의 지식을 넣었을 때랑 다른 사람의 지식을 넣었을 때의 결과물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에요. 내 고유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담긴 노트를 ChatGPT에게 예시 데이터로 넣었을 때 나의 머릿속까지 읽어내는 '센스 있는 답변'을 내뱉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에요. 나의 마음속까지 아는 센스있는 답변이 나에게는 더 가치 있게 다가올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노트메이킹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될까

그럼 노트메이킹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마음속에서 일어났던 '느낌'을 자세하게 말로 풀어보는 겁니다. 그 느낌이 왜 나타난 것인지, 그 배경을 한번 살펴보는 것이에요. 누가 험한 말을 했는데 그 순간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왜 일어났을까요? 그냥 일어나진 않았을 겁니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니까요.

그 느낌이 든 이유는 나의 자아 또는 정체성이 그렇게 반응을 했다는 말입니다. 누가 험한 말을 했는데 기분이 나쁜 이유는, '나는 말을 험하게 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며 그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는 나에 대한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이를 좀 더 풀어내어 보면 좀 더 나아가면 그래서 '나는 그런 험한 말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무례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는 지혜로 이어져 나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런데 노트메이킹에서 중요한 것은 또 중요한 것은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적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 당시의 상황과 느낌에 대한 맥락을 최대한 상세하게 적는 것입니다.

이렇게 노트메이킹은 생각의 결과 든 '느낌'을 가지고 '왜 내가 그렇게 느꼈을까?'를 생각하면서 이를 자세하게 풀어내는 것입니다. 개인지식관리의 세계에서는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그 느낌을 '공명(Resonation)'이라고 하며, Why라는 질문을 통해 풀어내는 '나'에 대한 것은 '확장(Expansion)'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노트메이킹을 실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노트메이킹을 연습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프리라이팅(Free Writing)을 하는 것입니다. 프리라이팅이란 것은 머리에 생각나는 대로 그냥 다 내뱉고 쏟는 겁니다. 우리말로 하면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것이지요. 2분의 타이머를 설정하고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것을 계속 끊임없이 적어보세요. 손으로 쓰든 타이핑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프리라이팅을 하게 되면 보통 이런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무엇이라도 적어야겠다...’라는 내용이 말이죠.

노트메이킹이 노트테이킹보다 더 가치 있는 기록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노트테이킹보다 노트메이킹이 무조건 더 좋은 기록 방식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둘 다 필요하며 병행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좋다'라는 느낌은 받았는데 아직 그것을 더 확장하여 풀어낼 만큼 지식이 없거나 어려운 내용일 땐 일단 외부 지식을 내가 이해 한대로 적어놓는 것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니까 말이죠. 노트테이킹과 노트메이킹을 둘 다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노트메이킹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단계는 향후 뉴스레터에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본 글을 통해서 얻어가셨으면 하는 것은 일단 남의 생각과 지식보다는 나의 생각을 나의 말로 내가 이해한대로 무의식을 의식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의 본질을 담은 ‘좋은 기록’을 할 수 있는 전략이며, 이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노트라는 것입니다.

생각의 본질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노트메이킹을 하면 ‘생각은 수용하는 것’이라는 본질을 반영한 좋은 노트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은 하도 복잡하기에 다른 본질도 있을겁니다. 다음엔 뉴스레터에서는 ‘생각은 방사적이다’라는 본질을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노트 전략에 대해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숨겨진 잠재력을 일깨워 최고가 되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브라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