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않됀데?”는 인터넷이나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문구인데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나게 만드는 틀린 맞춤법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잘못된 표현의 원인

잘못된 표현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음에 의한 착각: “외않됀데”는 “왜 안 된대”와 발음이 같습니다. 발음을 글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확한 표기법을 알지 못해 틀리게 적게 된 거죠.
• 인터넷 문화의 영향: 인터넷에서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맞춤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잘못된 표현이 유행처럼 퍼지게 됩니다.
• 교육의 부족: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다 보니 맞춤법과 문법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표현을 인지하지 못한채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창제한 지 어언 60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글은 잘 알아도 한국어 글쓰기는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정확하게 글을 쓰려면 당연히 문법과 맞춤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 “정확하게”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기밥 vs 공깃밥

만화가게 vs 만홧가게

기대값 vs 기댓값

이 중에 무엇이 옳을까요?

한 채팅방 참여자는 이러한 질문에 “공기밥”은 조금 고민되지만 나머지는 다 앞의 단어가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올바른 한국어를 낯설게 느끼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책도 나올까?

남이 쓴 글을 읽고 고치는 일을 벌써 10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지금도 말을 잘하는 것보다 글을 옳바르게 쓰는게 더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작성하기 위해 대략적인 원칙을 정리해 봤는데, 그중에서도 꼭 알아야 할 원칙만 전달해 보겠습니다.

내가 참고하는 원칙들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한 문장에 한 가지 내용만 담자

길게 말하다 보면 실수하게 됩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한 문장을 길게 쓰다 보면 꼭 실수하고 글이 어려워집니다. 혹자는 더 이상 뺄 것이 없으면 가장 이상적인 문장이라고도 합니다.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욕심 내다보면 문장이 모호해지기 쉽습니다. 예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첫 번째 위기가 지나가고 두 번째 대회를 다시 준비하는데 코로나로 대회가 계속 연기되면서 똑같은 요리를 몇 개월간 하면서 다시 흥미가 사라지려고 할 때 선생님께서 다른 대회를 준비해 보자고 권유를 하셔서 처음으로 나의 첫 팀전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 내가 준비하던 두 번째 요리 대회가 코로나로 계속 연기 되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는 요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선생님께서 나에게 다른 대회를 준비해 볼 것을 권유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생애 처음으로 팀 요리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에서 예문 발췌

일부러 과장된 글을 예로 든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일하다 보면 이보다 심한 글을 자주 의뢰 받습니다.

문장 성분의 호응에 유념하자

써 놓은 글을 고치다 보면 종종 문장 내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주어와 서술어, 조사와 서술어, 수식어와 피수식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단 남의 글에서뿐만 아니라 제 글에서도 자주 발견하는 실수이며, 안타깝게도 맞춤법 검사기로 고칠 수 없는 오류이기도 합니다.

1) 주어와 서술어의 어울림

😡: 이번 학기 내 목표는 우리 반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올리려고 한다.

😁: 이번 학기 내 목표는 우리 반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 이번 시험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오늘 저녁에 실시하는 보충 수업을 시켜야 한다.

😁: 이번 시험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오늘 저녁에 실시하는 보충 수업을 받아야 한다.

2) 조사와 서술어의 어울림

😡: 그렇게 공부만 하던 철수는 시험에 떨어졌다.

😁: 그렇게 공부만 하던 철수조차 시험에 떨어졌다.

😡: 전방에는 설사 사원 비슷한 높은 누각이 당당하게 막아서 있었다.

😁: 전방에는 마치 사원 비슷한 높은 누각이 당당하게 막아서 있었다.

3)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어울림

😡: 절대 신분을 보장한다.

😁: 신분을 절대 보장한다.

4) 부사어의 어울림

😡: 우리는 이번 행사에 절대로 참여하기로 했다.

😁: 우리는 이번 행사에 절대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5) 인칭 대명사의 어울림

😡: 그는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 그는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문장 다이어트 레시피>에서 모든 예문 발췌

주어를 지켜라

주어 생략은 한국어에서 자주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적은 글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전후 맥락이나 이야기의 배경을 알고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글을 읽다 보면 전후 사정이 파악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짧은 글도, 긴 글도 동일합니다. 따라서 습관적으로 주어를 생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아직 진행 중이었다.

😁: 개발팀장이 CEO에게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이었다.

기본을 지켜주세요

사실 가장 어려운 말입니다. 저조차 이게 잘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 글에서도 나중에 실수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맞춤법과 구두점 규칙을 지키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며 간결하게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치 단정한 옷차림이 사람을 깔끔하고 신뢰감 있게 보이게 하듯이, 잘 쓴 글은 독자에게 신뢰를 줍니다. 기본을 지키며 글을 쓰면 독자가 글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하고, 글쓴이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원칙을 지키며 글을 쓰는게 어렵다면, 위의 원칙들만이라도 지키며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글쓰기란 계속해서 연습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을 지키려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훌륭한 글을 쓰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더배러에서 만나게 될 작가님들이 벌써 기대됩니다.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

참고 서적

문장 다이어트 레시피 | 안종군, 이시우 공저 | 투데이북스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 이연정 | 21세기북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