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를 향한 지식 탐구의 여정 우리는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에 다양한 개념들을 만나게 됩니다. 개념들은 정교하게 깎인 조각이며, 그것들이 모여 한 지식 체계를 이룹니다.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퍼즐 조각을 수집하고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과 닮은 것 같습니다. 조각을 모으고 서로 잘 조응하게끔 배치하여 작은 그림을 만듭니다. 그리고 작은 그림들을 연결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됩니다. 이때 우리에게는 조각의 모양을 파악하고 조각들을 결합했을 때의 그림을 상상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그림이라도 조각의 가지수가 많아지면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지식 또한 정밀하게 탐구하려 할수록 어려워지지요. 픽셀의 단위를 높여 더 선명하게 보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개념들을 배워가며 좀 더 선명하고 올바른 이해를 얻기 위해 던지는 질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습득한 지식은 대부분 독학인데요. 그것의 한계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떤 사례와 연결되는가?
개념은 사례를 추상화한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뽑아내어 만든 하나의 개념을 만듭니다. 이것이 추상화의 과정입니다. 네 다리로 걷고, 주둥이가 길고, 후각과 청각이 발달한, 사람을 잘 따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개입니다. 개, 사람, 고등어, 곤충, 아메바를 생명이라 부릅니다. 이처럼 개념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 사례로 개념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든 개념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듭니다. 그러면서 개념이 복잡해지며 이해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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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루만이 사용하는 자극 민감성(Irritability)은 시스템이 환경의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성질에 대한 개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시스템, 환경, 자극과 감지입니다. 사례를 한 번 보시지요.
자, 온천을 상상해 봅시다. 온탕에 들어가면 뜨겁고, 냉탕에 들어가면 차갑고, 중탕에 들어가면 미지근합니다. 그런데 만약 온탕에 들어갔다가 중탕에 들어가면 어떻죠? 시원합니다. 냉탕에 들어갔다 중탕에 들어가면? 따뜻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죠?
이 온천 사례를 통해 시스템(인체)이 환경(물 온도)의 자극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자극(중탕)이라도 이전 경험(온탕 또는 냉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시간성"이란 개념 또한 알 수 있지요. 이처럼 일상에서 익숙한 사례를 통해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련된 개념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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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배울 때, 그것과 반대되거나 유사한 개념을 비교하며 분석하면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 개념을 통해 개념 발생의 맥락을 파악한다거나, 유사한 개념과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에 좀 더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반대 개념과 비교: 의무론과 결정론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며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입니다. 이전 뉴스레터 56호에서 제가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이게 지식의 재사용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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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론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위를 강조합니다. 결과가 어떠했는지보다는 그 의도가 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의무론에 대해 결과론자들은 아래의 예를 들며 비판합니다.
지금 당신의 집에 독립운동가가 숨어있다. 그런데 일제 경찰이 찾아와 집에 독립운동가가 있는지 묻는다. 만약 당신이 사실대로 말한다면 독립운동가는 잡혀가 죽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다면 도덕적 의무를 어기게 된다.
의무론자는 위 상황에 놓이면 이도 저도 못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반면 결정론은 선한 결과가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위 상황에서 결정론자라면 집에 독립운동가가 없다고 거짓말해서 그의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의무론자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그들은 결정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판을 합니다.
한반도 남북 전쟁 중, 남한은 북한의 수뇌부 위치를 알아냈다. 남한은 북한의 수뇌부를 폭격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수많은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만약 결과론에 따른다면 더 큰 전쟁 피해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의무론자들은 결과론이 대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처럼 의무론과 결과론 둘 다 일리 있는 말 같지만, 함께 놓고 보면 모순이 생깁니다.
유사한 개념과 비교: 평등(Equality)와 공평(Equity)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입니다. 서로의 목표는 조금 다릅니다. 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조건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면, 공평은 개인의 필요와 상황을 고려하여 자원을 분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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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왼쪽은 모두에게 상자를 동일하게 지급함으로써 평등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부족했습니다. 반면 그림의 오른쪽은 각자의 필요에 맞게 상자를 지급하여 모두가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공평을 이루었지요.(여담이지만 위 사례는 경기 관람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평등과 공평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요.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란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평등과 공평을 유사한 개념으로 소개했는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란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가 생겼습니다. 개념과 개념을 연결 지어 생각하니 재밌지요?
어떤 오해와 오용이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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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념들의 경우에는 오해로 인해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례 중의 하나가 '진화'입니다.
- "진화는 진보를 의미한다."
- "진화는 항상 더 복잡하고 고등한 생물을 만들어낸다."
위와 같이 진화를 '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 또는 진보'로 이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생물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할 뿐, 항상 더 복잡하거나 "고등"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단순하거나 퇴화하여 적응하기도 하지요. 또한 진화에는 목적이 없고,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특정한 방향이나 목표를 향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지요. "진화의 정점은 인간이다"라는 주장은 진화에 대한 그릇된 이해입니다.
이처럼 개념에 대한 오해와 오용을 찾아봄으로써 좀 더 분명한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학의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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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할 때, 앞서 소개한 방법으로 탐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개념과 지식체계가 깊을수록 왜곡된 지식을 습득할 위험이 큽니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 개념을 알고 싶지만 복잡하여 어렵거나 필요한 배경지식이 많다.
-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은 길인 쉽거나 단편적인 설명을 본다.
- 개념을 단순하게 이해하거나 오해한다.
"검증된 인물 또는 기관의 정보를 보면 되지 않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설령 그것을 본다고 한들 내 멋대로 해석하며 읽다가 오해에 빠질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에게 질문하곤 합니다. 하지만 대답이 아주 만족스럽지 못할 뿐더러 신뢰가 가지도 않습니다. 더배러 단톡방에 계신 이제현 박사님께서 "AI는 나의 능력 안에서 사용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매우 동의합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결국 지식 체계를 잘 갖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거인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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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나보다 앞서 존재한 학자들이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해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제가 하려는 것은 기존의 지식을 잘 이해하는 것이기에 "거인의 바짓가랑을 붙잡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쉬운 설명을 보더라도, 출처가 그 분야에서 전문가의 것인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묻지는 못하더라도, 나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질문합니다. 제가 들뢰즈에 대해 탐구할 때 유튜브 채널 '수유너머'와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가 그 출처였고, 노마디즘 독서 모임이 그들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꾸준히 배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거인의 어깨까지 올라갈 자신은 없지만 허리춤 정도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그리고 제게 가르침을 주고 계시는 분들께서 제게 그러하셨듯이,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공부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신이 어떤 사람이던 좋아요. 진실한 모습에 다가서는, 이태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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