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이미지에 보이는 두 인물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대표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1월 2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픈 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오라클의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설립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최소 5천억 달러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는데요, 이 영상에서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 손정의 대표의 태도였습니다. 트럼프의 보수적인 경향이 아니었다면 둘의 사이를 오해할만큼 서로를 애틋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영상에 잘 나타났죠. 이 영상의 제목은 “트럼프 사로잡은 손정의 회장 '아첨의 기술'”인데요, 재밌는 건, 정작 언론사 게시물에는 “손정의 "통 큰 투자 이유는!"…'쉴 틈 없는 칭찬'”으로 바뀌어 있습니다(참고 링크). 아무래도 아첨의 부정적인 의미때문에 이렇게 제목이 바뀐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그렇다면, 손정의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칭찬한 것일까요, 아첨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아부를 한 것일까요? (기자는 손정의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아첨했길래 트럼프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했을까요?)

칭찬, 아첨, 그리고 아부

많은 사람들이 종종 아부와 아첨을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그 의미와 함의는 분명히 다릅니다. 아첨은 국어사전에서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림’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flatter’이며 그 의미는 ‘to say nice things about somebody, often in a way that is not sincere, because you want them to do something for you or you want to please them(상대방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 바라거나, 상대방을 기쁘게 만들기 위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느끼거나 생각하는 경우에도 누군가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입니다.

아부는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butter up’이라고 표현하며 그 의미는 ‘to say nice things to somebody so that they will help you or give you something(도움을 받거나 무언가를 받기 위해 상대방에게 좋게 말하는 것)‘입니다. 어때요? 차이점이 분명하게 보이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둘을 이렇게 구분하기로 했습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칭찬할 때 진심이 있으면 아부, 진심이 없으면 아첨으로요. 아첨도 아부도 바라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대화는 아니라 여길 수 있지만, 우리가 대화를 하는 순간 일종의 목적이 생긴다는 점에서 그것이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역시 칭찬에 진심이 담기는가 담기지 않는가가 중요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카넬의 인간관계론‘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핵심은 진심은 유무와 동기의 순수성입니다.

인정과 아첨의 차이는 무엇일까?…하나는 진심이 담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심이 없는 것이다. 하나는 마음에서 나오고, 다른 하나는 입에서 나온다. 하나는 이기적이지 않고, 다른 하나는 이기적이다. 인정은 모든 사람들이 칭찬하지만, 아첨은 모든 사람들이 비난한다.

-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우리에게 필요한 아부의 기술

손정의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사로잡은 아부의 기술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 영상에서 주목한 아부의 기술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상대방의 발언을 기억하고 인용한다.

“어제 말씀하신대로 지금이야말로 미국 황금기의 시작입니다.” 손정의 대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단어를 그대로 인용하고, 여기에 자기의 생각을 덧붙여 발언을 이어갑니다. “지금 이게(5천억 달러 투자) 그 훌륭한 사례입니다” . 또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라 하죠.

2. 대화를 할 때 몸과 마음을 다한다.

손정의 대표의 발표 자세가 어떤가요? 영상만 보면 기자 회견이 아니라 둘의 대담으로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서로만 바라보며 대화합니다. 단지 얼굴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트럼프 대통령쪽으로 돌려 이야기 나눕니다. 중요한 자리에서도 몸과 마음을 다해 나만 바라보는 상대,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은 진심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 같습니다.

3. 말만 하지 않고 행동한다.

2024년 12월 기자 회견 때 대화 내용(2천억 달러 투자 약속)을 잊지 않았을 뿐더러 이날에는 오히려 2배 이상 늘어난 투자 규모를 발표하고, 즉시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투자 업계에는 통장에 돈이 꽂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어느 정도의 큰 규모가 이루어지리라 예상합니다.

손정의 대표는 진심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했고, 그의 말을 인용하거나 자신의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뛰어난 아부의 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단순한 아부가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손정의 대표의 진심에 감동하고 호감을 숨기지 않고 표시했습니다.

아부의 또 다른 얼굴, 팔로워십

나폴레옹은 “나는 칭찬을 싫어한다. 그러니 나를 칭찬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한 명의 부하가 이렇게 말했다. “각하, 저는 칭찬을 싫어하시는 각하의 성품을 존경합니다.” 나폴레옹은 그 말을 듣고 흐뭇해했다고 한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칭찬을 사탕발림 또는 아첨이라고 폄하해서는 곤란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인간관계의 윤활유라고 생각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 ‘리더십의 또 다른 얼굴, 팔로워십’ , 신윤섭 저

현대 조직에서 팔로워십은 단순히 리더를 따르는 것이 아닌,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의미합니다. 나폴레옹의 일화는 영리한 부하가 보여준 고도의 팔로워십의 예시입니다. 그는 상사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효과적인 소통을 이끌어냈습니다.

좋은 팔로워는 리더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아부나 아첨과는 다른 차원의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된 '상사를 칭찬하는 핵심 기술 네 가지'는 단순한 아부의 기술이 아닌, 효과적인 팔로워십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방법은 상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입니다.

💡상사를 칭찬하는 핵심 기술 네 가지

첫째, 소유물을 칭찬한다.

둘째, 상사가 존경하는 인물을 칭찬한다.

셋째,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넷째, 긍정적으로 호응하라.

출처: 리더십의 또 다른 얼굴, 팔로워십. 신윤섭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