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Claw 쓸까 말까?
요즘 OpenClaw 이야기가 정말 빠지질 않습니다. 맥미니 대란부터 시작해서 커뮤니티마다 활용 사례가 쏟아지고 있죠.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두 단어를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AI Agent와 Agentic AI.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릅니다.
AI Agent는 사전에 정의된 규칙과 범위 안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파일 정리해줘", "이 데이터 분석해줘"라고 하면 정해진 방식대로 충실히 해냅니다. 시킨 대로 일하는 부하직원에 가깝죠. 반응형이고,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Agentic AI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추론하고, 최적의 행동을 동적으로 결정합니다. 단순히 명령을 따르는 게 아니라, 목적을 이해하고 방법은 알아서 찾아냅니다. 원하는 결과물을 알아서 만들어주는 외주사에 더 가깝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스스로 대응 방식을 조정할 수 있고, 선제적으로 행동합니다.
OpenClaw가 화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해줘"라고 말하면 정말 해줍니다.
OpenClaw는 메신저(Telegram, Discord 등)를 통해 AI에게 일을 시키는 오픈소스 플랫폼입니다. 마크다운 파일로 에이전트의 성격과 행동을 정의하고, 내 컴퓨터에서 직접 실행됩니다.
OpenClaw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제가 그보다 앞서 경험한 Claude Code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줘"의 가능성을 처음 체감한 건 그쪽이었거든요.
n8n에서 Claude Code로
작년까지만 해도 n8n이 유행이었습니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것보다는 편했지만, 결국 n8n의 인터페이스와 사용법을 따로 익혀야 했습니다. 로직이 복잡해지면 난이도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예전에 n8n으로 𝕏(구 트위터)의 콘텐츠를 수집하려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API를 지원하지 않아 직접 스크래핑을 구현해보려 했지만, 어려워서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남이 만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했죠.
하지만 Claude Code로는 몇 번의 대화로 쉽게 구현했습니다. Playwright라는 브라우저 테스트 솔루션을 활용해서 내 계정으로 𝕏에 로그인하고 특정 포스트를 가져오는 것을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이제 개발 지식 없더라도, 내가 로직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AI에게 목표를 분명히 설명하면 구현해 줍니다. 추상적인 수준의 프롬프트만으로 기술적인 구현을 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Claude Code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OpenClaw를 써보니, 또 다른 결의 경험이었습니다.
OpenClaw는 Claude Code와 뭐가 다를까?
Claude Code는 내 컴퓨터에서 함께 일하는 AI 파트너입니다.
터미널이나 IDE 안에서 동작하고, 코드베이스 전체를 이해한 상태에서 작업합니다. 기본적으로 위험한 동작은 사용자 승인을 받지만, 허용목록을 설정하거나 자율 모드를 켜면 승인 없이 실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뿐 아니라 비개발자의 바이브코딩, Obsidian 지식관리, Excel·PowerPoint 문서 자동화 등 활용 영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고, 최근 Channels 기능으로 Telegram, Discord, Slack 같은 메신저 앱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OpenClaw는 알아서 일하는 자율형 비서입니다.
Telegram, Discord, Slack 같은 12개 이상의 메신저로 명령하면 컴퓨터를 직접 조작합니다. 캘린더, 이메일, 스마트홈까지 광범위하게 연동되고, 크론잡이나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24시간 독립적으로 일합니다. 오픈소스(MIT)라서 소프트웨어 자체는 무료이고, Claude뿐 아니라 GPT, Gemini, DeepSeek 등 원하는 LLM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특정 AI 회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 — 이른바 벤더 락인(vendor lock-in) 없이 모델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가장 큰 사용성 차이는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Claude Code는 프로젝트 폴더별로 메모리가 격리됩니다.
마크다운 파일(CLAUDE.md)에 지침을 기록하고, 세션이 시작될 때 해당 파일 전체를 컨텍스트에 불러옵니다. 프로젝트의 맥락은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기록해야 하고, 기억을 검색할 때도 시맨틱하게 찾아주지는 않습니다(Skill이나 MCP를 통해 별도로 가능). OpenClaw가 등장한 이후에야 Memory라는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여전히 경험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OpenClaw는 사용자와의 맥락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매일의 대화 내용이 일별 로그로 자동 기록되고, 임베딩 기반의 시맨틱 검색으로 필요한 맥락만 골라서 불러옵니다. 전체 메모리를 컨텍스트에 넣는 게 아니라 관련 있는 것만 선택적으로 불러옵니다. 사용자가 대화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체계와 선호도를 학습시켜 나갈 수 있고, 며칠, 몇 주에 걸친 작업에서도 "지난번에 이렇게 했잖아"라는 맥락이 유지됩니다. 오래 쓸수록 나에게 맞춰지는 비서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걸까?
"해줘"하면 해주긴 합니다. 꽤 복잡한 작업들도 해내지요.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몇 가지 불편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보안 문제
OpenClaw에 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받고, 사용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 바로 '보안'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OpenClaw에서 512개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고, 전 세계 3만 개 이상의 인스턴스가 인증 없이 인터넷에 노출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API 키가 평문으로 저장되거나,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으로 민감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죠. 일부 기업에서는 업무용 기기에서 OpenClaw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자율 실행의 리스크
보안 취약점과는 별개로, AI Agent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 자체에도 리스크가 있습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스스로 실행하거나,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이거 진짜 해도 되나?" 하고 멈칫할 순간에, AI는 그냥 실행해버릴 수 있다는 것. 자율성이라는 장점의 이면입니다.
토큰 낭비와 비효율
"해줘" 하면 해주긴 하는데, 나의 의도와 목표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토큰과 시간은 있는 대로 쓰고 원하지 않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지시와 무관하게, AI 스스로 삽질하며 토큰을 태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웹페이지 하나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AI가 처음 시도한 방식이 안 되면 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그것도 안 되면 또 다른 방식을 시도합니다. 같은 에러를 반복하거나, 되돌렸다가 다시 같은 코드를 쓰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보기에는 결국 완성된 결과물을 받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된 토큰은 직접 구현했을 때의 몇 배가 되기도 합니다. "해줘"의 편리함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붙어 있는 셈이죠.
비즈니스에서 쓸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AI Agent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요즘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 활용 사례는 지피터스 커뮤니티에서 운영 중인 '뽀짝이'입니다.
뽀짝이는 OpenClaw 기반의 AI 에이전트로, 지피터스 커뮤니티의 실제 운영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57개 오픈채팅방을 전수 조사하고 메시지를 발송하며, 채널톡으로 들어오는 고객 문의에 10초 이내로 자동 응답하고, 코드 수정부터 빌드, 배포까지 한 번에 처리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카카오톡 자동화에서는 여러 채팅방 중 엉뚱한 방에 메시지가 전송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는데 내부적으로는 "성공"으로 표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발전시킨 끝에, 기존에 쓰던 n8n 워크플로우 100개를 OpenClaw 스킬 시스템으로 거의 전부 대체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워크플로우 수정 시간은 15분 걸리던 일이 2분이면 고친다고 합니다. 이는 뽀짝이의 다양한 성과 중에 중 일부입니다.
OpenClaw 가이드와 실제 운영 사례가 궁금하다면, 뽀짝이의 운영 기록을 모아둔 '뽀짝이의 서재'(https://bbojjak-viewer.vercel.app)를 추천합니다. 에이전트 세팅부터 보안, 비용 최적화까지 실전 경험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태극의 결정은?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이 도구가 주는 편리함과 생산성을 통째로 포기하기엔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써보기로 판단했고, 지금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리스크를 인식한 상태에서, 안전한 범위부터 차근차근 적용 영역을 넓혀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OpenClaw를 쓴다고 해서 Claude Code를 내려놓는 건 아닙니다. 둘은 쓰는 경험 자체가 다릅니다. Claude Code는 노트북에서 작업할 때, 프로젝트별로 나만의 환경을 철저하게 세팅해두고 작업할 때 편리합니다. OpenClaw는 모바일에서도 메신저를 통해 쉽게 대화하고, 바이브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갈 때 유용할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저는 둘 다 쓰면서, 각각이 잘하는 영역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좋은 사례들을 준비하여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빠른 세상 속에서 천천히 되어가는 사람, 이태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