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랠리

내 취미, 심레이싱

요즘 제 방에는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자동차 핸들과 페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로 즐기는 심레이싱을 좋아합니다. 아들이 태어날 때 있었던 장비를 모두 정리했다가, 이제 다시 조금씩 시작했지요. 매일 저녁 VR 장비를 쓰고 신나게 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오늘은 쌩쌩 달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써킷 레이싱 vs 랠리

저는 레이싱 장르 중 랠리를 좋아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깔끔하게 포장된 원형의 경기장을 도는 써킷 레이싱과 달리 랠리는 일반 도로, 비포장 도로, 눈길 등 다양한 지형에서 달리는 경기지요. 'Rally highlight'를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세요. 차가 먼지를 사방팔방 흩날리며 비포장 도로를 말 그대로 날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차가 수렁에라도 빠지거나 뒤집혀 옴싹달싹 못하면 구경하던 갤러리들이 신나게 웃으며 달려와 도와줍니다. 어떻게 보면 난리가 따로 없는 경기죠.

또 랠리가 재미있는 점은 드라이버 외에도 코드라이버(co-driver)가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고요? 자신이 달리는 트랙을 훤히 알고 있는 써킷 레이싱 드라이버와 달리, 랠리 드라이버는 예측 불가능한 도로와 조건에서 주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코드라이버가 수시로 드라이버에게 도로 상태와 방향, 장애물 정보를 알려줍니다. 둘의 협업이 있기에 비포장 도로를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쌩쌩 달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정해진 트랙을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 끊임없이 코드라이버의 안내를 받으며 아슬아슬하게 흙과 눈을 헤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랠리를 좋아합니다.

삶은 앞을 알 수 없는 랠리

결국 서킷 레이싱이 정해진 경기장을 더 정교하고 완벽하게 달리는 것을 추구한다면 랠리는 순간순간 다가오는 불확실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삶도 랠리와 마찬가지더라고요.

과거에는 성공 공식이 있었잖아요.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 은퇴. 그래서 삶의 곳곳에 이정표가 굳건하게 서 있었고 그곳까지 닿기 위해 정교한 계획과 실행이 필요했죠. 마치 정해진 경기장을 달리는 써킷 레이싱처럼요.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와는 달라요. 사회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성공 공식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고정되어 있지 않지요. 결국 삶은 순탄한 써킷 레이스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고 다양한 장애물이 있는 랠리 경주인 거죠.

오늘도 우리는 달리는 중

뇌과학자 장동선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뇌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쓰라고 진화한 것입니다."

그래요. 제 삶은 결코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요. 하지만 앞으로도 펼쳐지는 온갖 도전과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찰이 생길 거라 믿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겠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너무 크고 힘들어서 중간에 넘어지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도 제 삶의 소중한 코드라이버들이 새로운 길을 알려주겠죠. 이제까지 그래왔듯이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눈 위를, 자갈 위를 달립니다. 날씨가 맑던, 비가 오던 상관없이요. 여러분도 인생 랠리를 무사히, 보람차게 달리시길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여러분 운전석 옆 코드라이버의 자리에 제가 함께 앉을게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언니네 이발관 밴드의 가사를 공유해 드리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많은 세월 살아왔지만

아직도 부족하지 그래서 난 가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두렵지 않아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네

그게 나의 길

<‘산들산들’ 중 - 언니네 이발관 >

커피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