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여정(Unexpected Journey)

We are never too old

to accomplish big things.

As we get older,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We stop having goals in our life

인생의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And Yuh-jung shows us that

근데 여정 언니가 보여줬죠

We are never too old to accomplish big things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2021년 4월.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은 배우, 윤여정.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 한국 배우가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은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고,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 배우로는 63년 만에 두 번째인 기념비적인 수상.

오스카 시상식으로부터 1년 뒤, 이번엔 오스카의 시상자로 참가하는 윤여정의 여정을 그린 "뜻밖의 여정"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자’라는 윤여정의 지인이 아래와 같이 말했다.

We are never too old to accomplish big things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68세의 정자에게, 여정은 ‘나에게도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라는

그런 희망을 품게 해 준 사람이라는 표현이 참 감동이었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고 느끼게 된다. 내가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겠어! 하며 체념하게 되는데 윤여정 선생님은 68세 정자 씨에게 희망을 주셨다고 한다. 얼마든지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이건 우리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사람 일은 모를 일이다. 윤여정 선생님은 그래서 오래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 '정자'라는 이분도 이력이 보통이 아닌 분이시다.

본명 김정자. 미국 이름은 정자 김 울프(wolf).

방송 촬영 시 68세라는 나이에도 '애니메이션 타이밍 디렉터'로 현업에서 활동하고 계신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애니메틱스'로 일하면서 <빅히어로 6>로 에미상을 수상하고,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직접 그렸고, 이제는 직접 작업하기보다 총괄 연출, 감독으로서 역할을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에, 수더분한 아주머니로만 생각했는데 말씀하실 때의 열정과 반짝이는 눈빛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력이 이토록 화려하고 30년 넘게 일을 했음에도 여전히 일을 사랑하고 열심인 모습인데, 아직 못 다 이룬 꿈이 있어서 더 그렇다는 말씀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아이들에게 꿈과 상상력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정자 씨의 고백을 듣고나니 어쩌면 정자에게 여정은, 이 꿈과 목표에 확신을 주는 희망이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봤을 때 무엇을 이루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고 나는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우연한 기회에 시청하게 된 '뜻밖의 여정'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지, 사람들이 나란 사람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기억했으면 좋을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She has GUTS 여정은 배짱이 있어요
She is PURE 여정은 순수해요
She is FUNNY 여정은 재미있어요
She is SWEET 여정은 다정해요
She is HONEST 여정은 솔직해요

정자 씨가 윤여정 배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할 때 7장 분량의 메모를 준비해서 인터뷰하는 모습이나 윤여정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 5가지 문장이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윤여정 배우를 보며 느낀 점을 함축해서 이야기해 준다고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 걸까?

사람들이 나란 사람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기억했으면 좋을까?

작년 5월 도쿄 여행 시 들렸던 하코네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코네유모토역에 내려 예약해 둔 료칸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기도 했고, 역에서 료칸까지 걸어가는 길에 거리 구경도 하면서 구글에서 평점이 괜찮은 소바집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가 와서 조금은 쉽지 않은 이동이었지만, 내리는 비 덕분에 나름의 운치가 더해져 하코네 온천마을의 정취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소바집이기에 관광객들로 대기가 있어 나도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고 10여 분 정도를 기다리다 들어갔다. 오래된 목조건물에 좁은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 안내받은 2층 창가 좌석에 앉았다. 자리에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었고, 곧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님께서 주문받으러 오셨다.

메뉴 주문은 메뉴판의 그림을 짚어가며 주문했는데, 맥주를 한잔하고 싶은 마음에 음료 종류는 따로 메뉴판에 없어서 어떻게 여쭤봐야 하나 하다가 우선 영어로 여쭤봤다.

What kinds of beer do you have?

그다음에 할머님의 표정과 동작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주방 쪽을 바라보시면서, 한 손은 컵의 모양을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무언가 잡고 앞으로 당기면서 살짝 허리를 굽히는 동작에서 단번에 '생맥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나마비루!!

라고, 외쳤더니 활짝 웃으시며 "하이" 하신다.

아마도 주방 쪽에 생맥주 기계가 있었을 것이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말로 설명하기보다 동작으로 표현해 주시는 모습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분의 연륜과 재치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전일 다녀온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도 단정한 셔츠에 리저브 앞치마를 착용하고 방문 고객들에게 대기 번호 접수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대기 고객들의 질문에 답변해 주던 시니어 직원분께도 비슷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대기 번호를 받았을 때 앞에 18팀 정도가 있었는데, 대략 얼마나 오래 대기하면 될지 물어본 나의 질문에 30~40분 정도라고 하며 마지막에 ‘Maybe’라는 멘트와 함께 손바닥을 앞뒤로 뒤집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약간의 머쓱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에 나는 되래 괜찮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기분 좋게 기다리다 입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