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생산성이 뭐예요?"

“쓰러질 때까지 일을 많이 하는 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컴퓨터 과학 교수인 칼 뉴포트의 신작 'Slow Productivity'는 우리에게 “생산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됩니다. 저는 오랫동안 칼 뉴포트의 팬이었어요. '딥 워크', '디지털 미니멀리즘', '이메일이 없는 세상' 등 그의 저서에서 일과 삶의 방식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특히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책입니다. 그 책에서 칼 뉴포트는 디지털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도 그 혜택을 누리는 방법을 제시했어요. 우리가 무의미한 디지털 활동에 중독되어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과 인간관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지적했죠. 그의 메시지는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을 거예요.

그렇기에 칼 뉴포트가 'Slow Productivity'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아마존 킨들에서 예약 구매를 했답니다. 그리고 책이 공개되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첫 페이지를 펼쳤죠.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비록 이북이었지만), 저는 칼 뉴포트 특유의 예리한 문제의식에 흠뻑 빠져들었어요. 그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가짜 생산성(Pseudo-productivity)’에 대해 이야기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산업사회에서 사용된 공장 생산성의 잣대를 지식노동에 드리운 현대 사회. 우리는 끊임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에 참석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치 생산적인 삶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런 바쁘고 부산한 일상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요? 어떻게 하면 무한히 번아웃되는 현재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칼 뉴포트는 'Slow Productivity'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죠.

저는 이 대목에서 깊은게 공감했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속도에 휘말립니다.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압박감도 있죠. 하지만 정작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그리고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볼 겨를은 없는 것 같아요.

칼 뉴포트는 이런 우리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그 해법을 모색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Slow Productivity'는 단순히 느리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과정이 조금 더디더라도, 결국엔 더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가짜 생산성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우리는 지금 '가짜 생산성(Pseudo-productivity)'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에 참석하며,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치 생산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칼 뉴포트는 이를 "눈에 보이는 활동을 실제 생산적인 노력의 근사치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가짜 생산성의 함정에 빠지게 된 걸까요? 칼 뉴포트는 그 원인을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에서 찾습니다. 과거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시간당 산출량으로 측정했어요. 하지만 지식 노동자들의 성과는 이런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죠. 아이디어 하나가 몇 시간의 가치가 있는지, 창의성을 어떻게 정량화할 수 있을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식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눈에 보이는 활동'으로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는지, 몇 시간이나 회의에 참석하는지가 성과의 척도가 된 거죠. 더군다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결과 우리의 업무 강도는 점점 더 세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짜 생산성은 우리를 지치게 할 뿐이에요. 한 연구에 따르면 지식 노동자들은 평균 6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끊임없이 방해받고,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정작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은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우리는 바쁘다는 착각 속에 살아가지만, 정작 가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예요.

이 같은 가짜 생산성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칼 뉴포트는 그 해답을 'Slow Productivity'에서 찾습니다. 그는 이를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지식 업무를 수행하는 철학’이라고 정의하죠. 달리 말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입니다.

Slow Productivity는 다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지식 업무 노력을 조직하기 위한 철학입니다.

1. 더 적은 일을 하라

2. 자연스러운 속도로 하라

3. 품질에 집착하라

원칙 1: 더 적은 일을 하라

Slow Productivity의 첫 번째 원칙은 ‘더 적은 일을 하라’입니다. 이는 단순히 게으르게 살라는 뜻이 아니에요. 대신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죠. 우리는 종종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가짜 생산성의 함정일 수 있어요.

칼 뉴포트는 이를 '다중 작업의 신화'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때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거라고 믿지만,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그 반대를 보여주고 있죠. 실제로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 가장 잘 기능해요. 그러니 많은 일을 벌이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일 몇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은 업무량 자체를 조절해 보는 게 좋아요. 칼 뉴포트는 "당신이 여유 시간을 가지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큼 일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하죠. 이를 위해 그는 몇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합니다.

먼저 큰 프로젝트의 수를 줄여보세요. 한 번에 1~2개의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하루 목표 업무도 1~2개로 한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또한 반복적인 일은 자동화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이메일을 확인한다거나, 정기 회의를 특정 요일로 묶어 잡는 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죠.

아울러 칼 뉴포트는 "인지적 자본"의 개념도 소개합니다. 이는 우리가 깊이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의미하는데요. 창의적인 일을 할 때는 이 인지적 자본이 많이 필요해요. 따라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가능한 한 줄이고, 정말 집중해야 할 일에 인지적 자본을 투자하라고 조언하죠. 왜냐면 잡무들도 우리의 인지 자원을 갉아먹거든요.

이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업무량을 줄이려면 동료나 상사를 설득해야 할 수도 있고, 기존의 습관을 바꾸는 데도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보세요.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그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과정 자체가 값진 성장이 될 것입니다.

원칙 2: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하세요

Slow Productivity의 두 번째 원칙은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하라"입니다. 우리는 종종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죠. 하지만 창의적인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할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으로 유명한 작곡가 겸 배우 미란다는 ‘In the heights’라는 작품을 무려 7년에 걸쳐 완성했어요.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죠. 대신 자연스러운 속도에 맞춰, 꾸준히 작품을 다듬어 나갔어요. 중간중간 다른 일도 하면서요. 그 결과 그는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받는 걸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이처럼 창의적인 일은 기계적인 속도가 아니라, 유기적인 속도로 진행되어야 해요. 마치 나무가 천천히 자라듯이, 우리의 아이디어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 좋아요. 칼 뉴포트는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을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거죠. 이때 중요한 건, 각 프로젝트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에요. 칼 뉴포트는 예상한 기간의 두 배를 잡으라고 조언하죠.

또한 무리하지 않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창의적인 작업은 마라톤과 같아서, 꾸준한 속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하루 일과에 여유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되죠. 예를 들어 회의 없는 월요일을 만든다거나, 한 달에 한 번 영화관에 가는 식으로요. 종종 머리에 꽉 찬 업무를 털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두는 거죠.

아울러 일의 강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칼 뉴포트는 이를 '계절의 리듬'이라고 표현해요. 농부들이 봄에는 씨를 뿌리고, 가을에는 추수하듯이 우리도 일에 계절을 부여하는 거죠.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면 의도적으로 휴식기를 갖는다거나, 창의적인 일과 루틴한 일을 번갈아 하는 식으로요.

이 같은 자연스러운 리듬은 우리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때로는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멀리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Slow Productivity'의 두 번째 원칙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원칙 3: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하세요

Slow Productivity의 마지막 원칙은 "품질에 집착하라"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라는 뜻이에요. 사실 세 번째 원칙을 위해 앞의 두 개의 원칙이 강조되는 거예요. 명작을 만들기 위해선 한 가지 업무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고(일을 줄이고),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거죠(자연스러운 페이스). 세상은 빨리빨리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을 원하지만, 정작 기억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이라는 사실. 우리는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칼 뉴포트는 이를 위해 '장인정신'을 강조해요. 장인은 자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죠. 그들은 결코 대충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끝없는 연마와 개선을 통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죠. 비록 그 과정이 고단할지라도, 장인은 기꺼이 그 고행을 감수합니다. 바로 그 마음가짐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칼 뉴포트는 강조해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본인이 일하는 분야와 관계없는 쪽의 취향을 발전시키라고 합니다. 왜냐면 내가 일하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든 작품을 보면 좌절감이 생길 수 있지만,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명작을 파고들면 흥미를 돋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저도 작가가 추천한 영화 감상을 시도하고 있어요. 단순히 명작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촬영 기법까지 공부해서 더 깊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요.

또한 동료들과 함께 토론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칼 뉴포트는 작가 그룹 '잉클링'을 예로 드는데요. 톨킨, 루이스 등 쟁쟁한 작가들이 모여 글을 쓰고 서로의 작품을 논평하는 모임이었어요. 이 모임에서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가 탄생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처럼 작품을 만들고 건설적인 비판을 주고받는 모임은 우리의 기준을 높이고,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협하지 않는 자세예요. 창작의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유혹을 만나게 됩니다. 대중의 인기를 좇아 평범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 빨리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바심. 하지만 이런 순간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 설사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빛을 발할 것이라는 믿음 말이죠.

물론 이 길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 최고를 추구한다는 건 감당해야 할 고통도 크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그 고통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게 될 겁니다.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초월하는 그런 걸작 말이에요.

진정한 생산성을 찾아서

지금까지 우리는 칼 뉴포트의 'Slow Productivity'를 따라가며, 진정한 생산성의 의미를 탐구해 보았습니다. 가짜 생산성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법. 자연의 리듬에 맞춰 창의성을 키우는 법. 장인정신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드는 법. 이 모든 깨달음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을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만약, 여러분이 지식노동을 하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다면, 자신의 업무나 스케줄을 조절할 유연성이 없다면, 이 책에서 말한 세 가지 원칙은 빛 좋은 개살구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부정적인 리뷰도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저자인 칼 뉴포트는 정확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식 산업 시대에 맞는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생산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요. 저도 이 책을 통해 눈 가리고 달리기만 하는, 그러다 번아웃이 되는 요즘 트렌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나아가 진정한 생산성이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죠.

만약, 오늘 소개해 드린 방법을 모두 적용하기 힘드시더라도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생산성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진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테니까요.

📿 여러분들이 가진 구슬을 엮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 드립니다, 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