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체계 너머에 있는 인간다운 것

MBC는 7번이고, KBS는 11번이라고?

익숙함의 함정

MBC는 11번, KBS는 7번이라는 채널 정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어릴 적부터 TV를 켤 때마다 자연스럽게 누르던 번호이지 않은가? 그런데 만약 이 정보가 반대로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MBC가 7번이고 KBS가 11번인 상황이 생긴다면 이 익숙하지 않은 내용은 우리의 선입견과 정보 수용 방식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우리가 늘 오른쪽에 있다고 믿었던 물건이 왼쪽에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과 같다. 그 순간의 혼란은 우리의 인식 체계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고정된 인식 체계와 선입견

우리는 마치 사전에 설정된 채널처럼 고정된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나름의 기준을 통해 채널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주어진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우리는 특정 신문이나 뉴스 채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그들이 전달하는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선입견은 새로운 세상을 인식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시야를 제한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 그 충격은 우리의 인식과 판단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천동설을 뒤집었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충격과도 같다.

평균 복제와 인간의 고유 가치

더배러에서 함께 나누는 내용들을 알지 못했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생성형 AI를 이렇게 쓰게 되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송길영 작가의 통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평균을 복제한다고 말한다. 이는 정량화되고 문서화될 수 있는 것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평균적인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정보와 감정을 표현하고 구체화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감정의 섬세한 표현과 깊이 있는 사고는 인공지능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고유한 감정과 창의성은 인공지능이 아직까지는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관점, 시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AI에게 대체되고, 어떤 일들이 사라질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아니 나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

감정의 구체화

강신주 박사는 스피노자의 48가지 인간 감정을 통해 문학 작품 속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분석한다(참고 - 강신주의 감정수업). 스피노자의 감정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면서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쁨, 슬픔, 분노, 질투 등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들이 그 예다. 그러나 문학 속 캐릭터들이 이러한 감정을 구체화하여 표현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의 내적 갈등과 죄책감은 독자들에게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감정의 구체화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전에 정의된 감정들을 통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해상도(resolution)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그다음

인간이 정보를 수용할 때 감정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더 깊이 사고하고 판단하는 데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지만,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다. 시인이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시로 표현할 때, 그 감정의 깊이와 섬세함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데이터 분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선입견을 깨는 작은 시도의 나비효과

결국, MBC는 7번, KBS는 11번이라는 단순한 채널 번호의 혼란도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작은 시도는 우리의 선입견을 깨뜨리고, 정보와 감정을 수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이는 마치 어른이 된 후에야 어릴 적 믿었던 동화의 진실을 깨닫는 것과도 같다.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어린 왕자가 계시지 않는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감정과 인식,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창의적인 사고는 앞으로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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