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읽은 공근식 박사님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사과정 때 들은 말인데요, 한국 학생들은 초반에 두각을 빨리 드러낸대요. 근데 갈수록 뒤처진대요. 중국이나 베트남 학생들은 정반대예요(초반엔 존재감이 없지만 갈수록 치고 나가는). 걔네는 자주 만나고 서로 묻고 토론하면서 공부해요. 한국 학생은 혼자서 하죠. 혼자 하면 빨리 지쳐요. 요새 가끔 길이나 도서관에서 ‘애들 공부 어떻게 시켜야 하냐’고 물어보는 학부모들이 계세요. 제 대답은 항상 이겁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69238?sid=102)

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가 공근식 박사님 얘기와 묘하게 닿아 있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1. 최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 여행의 목적지는 장소보다 사람에 있습니다. "어디를 한번 가볼까?" 보다는 "그(녀)를 만나러 가보자." 인 거죠. 그래서 제 여행엔 새로운 장소를 찾는 설레임과 두려움에 그리움과 익숙함이 함께합니다.

2. 첫 번째 여행 - 좋아하는 선배 A를 만나러 테네시에 갔습니다.

(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

3. 그 선배는 운영, 관리 또는 경영보다는 현장의 시니어 개발자로 자신의 테크 트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조직 내 정치적인 문제들에 둘러쌓이지 않고, 현장에서 주니어와 시니어들을 리드했고 그들을 위한 탱커를 자처했죠.

4. 몇 달 전 오래간만에 통화하며 안부를 묻는데, 그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에서 테네시로 완전히 이주했다는 겁니다. 그 선배는 테네시에서 작은 세탁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일들이 가득한 일상에서 매일 오후면 완전한 로그아웃이 가능한 세탁 공장을 선택한 거죠.

5. 선배를 만나자마자, 오는 내내 생각했던 질문들을 쏟아냈습니다. 왜 갑자기 뉴욕 생활을 정리했는지 등등 A 선배의 대답은 의외로 심플했습니다.

"지금 시니어들이 30대 중반인데, 문득 나이 든 나와 일하고 싶을까? 내가 오히려 장애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

"아직 한참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기술(AI 등) 발전 속도를 보면서 우울증이 심하게 왔어."

"테네시에 여행을 왔다가 좋은 기회(세탁 공장 인수)가 있었고, 이제는 자연을 벗 삼아(은퇴라 생각하고) 유유자적하고 싶어."

6. 저는 선배와 얘길 나누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이런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배의 고민과 결정을 들으며 저를 돌아보며 고민했습니다. '아 나도 장애물이지 않을까?', '나이 많은 나랑 일하고 싶어 할까?'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다음 여행지로 향하면서 아내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7. 두 번째 여행 - 테네시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갔습니다. 대학원 시절 지인과 선배 B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갔습니다.

크고 높게 자란 레드우드 나무들은 장관이었습니다. 이렇게 키 큰 나무들이 어떻게 이렇게 가깝게 서로 어깨를 맞대고 하늘 높이 자랄 수 있을까?

10. 그들은 빛과 공기 물을 위해 경쟁하기 보다 연결되어 함께 나누고 공유합니다. 이런 연결이 그들을 수천 년간 숲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홍수가 나도 태풍이 불어도 가장 약한 어린 레드우드 나무도 크고 강한 나무들의 뿌리와 연결되어 단단히 견딜 수 있었던 거죠.

11. 아마 그들이 연결이 아닌 경쟁을 선택했다면, 여느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고작해야 4~20미터 정도밖에 자라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혼자 우뚝 더 높고 크게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홍수와 태풍을 견디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레드우드 나무들은 함께를 선택했고 무적이 됩니다.

12. 그러다 문득 그 선배가 하이페리온(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앞에서 툭 한마디를 던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젊고 유능한 친구들이 경험 많은 시니어를 찾기 시작할 꺼야. 시니어와의 조합에서 안정적으로 고속 성장할 수 있을꺼야. 그러니 우리는 오히려 그걸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캘리포니아를 떠날 때 테네시에서 만난 선배 A와 얘길 나누면서 가졌던 제 생각들은 다시 또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레드우드 숲은 그만큼 강렬했고, 무리 중 가장 큰 나무는 못되지만 그래도 내 존재 자체가 전체 숲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4. 저는 다시 일상에 몰입 중입니다. 최근 CS4BT 마지막 모임에(온라인으로) 참석했을 때 레드우드 숲이 생각났습니다. 구요한 교수님과 브라이언님의 프로그램과 강의들은 우뚝 선 레드우드 나무 같았습니다. 참여하신 분들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신 걸 보면서 레드우드 숲이 생각났습니다.

15. 지난주 더배러톡톡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들 실패담이라고 시작하고선 엄청난 옵시디언 활용기로 혼을 빼놓았습니다.

16. 그냥 티가 안 났던 걸까요? 아니면 바쁜 일상에 서로의 성장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요? 그러고 보니, 더배러 커뮤니티도 올해 이만큼 또 성장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17. 더배러 커뮤니티가 레드우드 숲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8. 함께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는 요즘, 그래도 조금은 진정성을 담아, 적어봅니다. 함께, 더배러!

🧙‍♂️ 오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어납니다, Wi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