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e Lost

일반물리 수업을 처음 들었던 스무살 대학 시절, 나는 내가 물리에 정통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교만함을 잠재웠던 것은 3학년 양자역학 수업이었다. 꽤 얇은 책이었는데, 난이도로만 본다면 가장 집약적으로 압축되어 있었던 도전 과제였을 것이다. Science, Nature에 논문을 게재하신 양자역학 수업 교수님은, 그 시절 나에게 있어 범접할 수조차 없는 초월적 존재로 여겨졌다.

Eternal Student

하루는 함께 공부하던 형들과 함께 양자역학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셨다(이 순간을 피하지 못해서일까? 석사까지 하게 되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도망가는 것은 중요하다). 학생들의 스터디를 도와주시며 나눠주신 교수님의 이야기에 가장 놀랐던 것은 교수님도 여전히 공부를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시는 줄 알았는데, 영어 듣기를 하고 발음 연습을 하고 계셨다고 말씀하셨다.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유명한 연구소에 있다가 오셨는데도 끊임없이 공부를, 훈련을 하시는구나. 기말고사 때 좌절하고 있는 우리를 뒤로 하며 도너츠를 사오셔서 나눠주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생생하다.

Continuous Learning

최근 좋아하는 박사님과 함께 포럼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박사님은 AI를 활용하는 R&D 생태계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고, 나는 함께 토론을 하는 패널로 참여했다. 과기부가 과학기술부였던 시절 장관, 차관이셨던 분들, 각 출연연들의 기관장 분들로 이루어진 원로 과학자분들이 참석하셨었는데, 그 분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어르신들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삼, 사십년 후배들이 하는 이야기를 정말 귀기울여 들으셨고, 적절한 질문을 하셨다. 어린 아이가 마주한 신선한 호기심에 대한 지적 갈구를 표현하듯 초롱초롱한 눈빛이 가득했다.

Be Titan

사람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나의 현재 상태를 겸손하게 드러내야 가능하다. 내가 자주 하는 '2주 뒤에 뵙겠습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일상적 인사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마주했을 때 던지는 첫 번째 도전장이며 자기 확언적 다짐이다. 이 분들은 내가 살아가고 싶은 '2주'들을 평생에 걸쳐 살아오셨고, 태도를 유지하신 어른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도 그런 거인이 될 수 있을까?

Attitude Is All You Need

물리학에서 내가 좋아하는 개념 중 하나는 운동량(momentum)이다. 운동량은 물체의 질량(mass)과 속도(velocity)의 곱으로 이루어지며, 수식으로는 P=mv로 표현된다. 질량은 물체에 포함된 물질의 양을 나타내며, 속도는 단위 시간당 특정 방향으로의 거리 변화율을 의미한다. 삶의 비유로 본다면, 질량은 무언가에 대한 몰입의 깊이를, 속도는 추진력과 방향성을 상징할 수 있다. 무언가를 많이 배웠다면 무게감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게만 존재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달려갈 힘과 의지가 없다면? 민첩함은 사라지고 그에게서 모멘텀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태도'이다.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The Better

배움이라는 여정은 결코 혼자만의 길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거인이 되어줄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제적인 가능성이다. 질문과 토론을 통해 서로의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 가치는 배가된다. 기존의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성장을 이끈다. 특히 AI 시대에는 Learning Agility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도전과제를 던질 수 있으며, 이러한 압박이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게 된다. 심지어 실패와 후회마저도 새로운 기회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배움에 대한 진정성은 그 사람의 태도와 삶의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현재 상태나 환경,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성장할지, 주어진 상황에 어떤 결정을 할지 고민하는 사람의 태도는 개인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30년 뒤 나는 무슨 일을 할까?'에 대한 답은 29년 뒤의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에 달려있다. 서로의 어깨가 되어줄 수 있는 더배러에 온 것을 환영한다.

—🌌 지식을 연결하고 지휘하는 새로운 경험, 커맨드스페이스—

🪢 타래의 덧붙임

전에도 몇 번 언급 드린 적이 있는데, 세컨드 브레인 커뮤니티 시절 커뮤니티에 적응을 못하고 방향성을 잃었을 때, 요한님의 초대로 연구실에 방문한 이후 제 삶의 방향성을 찾았죠. 요한님은 저에게 어른이자 거인이셨습니다.

논어 학이편 1장을 읽으면 요한님의 삶의 자세가 보입니다. 저도 이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공자가 말합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이 즐겁지 않나요?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는 것이 즐겁지 않나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군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은 더배러라는 만남과 공유의 장을 통해 배리즈님들과 함께 해서 큰 영광이자 기쁨입니다. 앞으로도 함께 나누며 성장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