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에서도 빛나는 것들

지난 14일 토요일, 여의도 일대 매장의 Rescue Team으로 지원근무를 갔었어요.

국회의사당역 주변에 매장이 총 4군데가 있는데 이날 각 매장의 근무 가능한 인원이 다 출근을 해도 유입 고객 대비 인원이 부족하고, 혹시 모를 안전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긴급하게 지원근무 인원을 모집했죠. 제가 담당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어요. 이미 여의도 일대 매장들은 지난주부터 비상근무 모드였고 해당 지역매니저도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하는 운영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날은 진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Rescue Team의 업무는 입점하는 고객 안내 및 질서유지 등 한꺼번에 고객 유입이 증가할 경우보다 안전하게 고객들이 매장을 이용하실 수 있고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게 통솔하는 업무였어요. 여의도 일대 매장은 완벽한 오피스 상권이라 보통의 주말이었다면 아주 한산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을 거예요. 이날 출근이 오전 11시였는데, 출근했을 때는 여느 토요일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고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매장을 이용하려는 고객이 이미 매장에서 수용가능한 인원을 넘어서는 순간이 오기 시작했죠.

좌석은 이미 만석이고 좌석이 없어 좌석 주변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고객, 주문을 위한 대기 줄과 음료를 기다리는 대기줄,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대기줄까지 정말 순식간에 매장이 정신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매장 출입구에서 입점하시려는 고객분들께 좌석 만석을 안내드려서 입점하시기 전 선택을 하실 수 있도록 하고 각 대기줄의 혼란이 없도록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게 대기줄을 분리해서 안내드리고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자리가 났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시던 혼자 오신 여자 고객님께서 마침 자리에 앉으실 수 있었어요. 자리를 안내해 드리고 다시 다른 고객분들 안내를 하려고 이동하려는 순간 그 여자 고객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혹시 혼자 오신 다른 고객분 중에 동석하시는 게 괜찮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면 제 맞은편에 앉으셔도 된다고 안내해 주세요."

고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순간, 찡한 마음이 들면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정말 너무 감사했어요.

저도 좌석을 안내하면서 그렇게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고객님께서 먼저 그렇게 흔쾌히 말씀해 주신 게 참 감사했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 분이라도 더 편하게 매장을 이용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 뒤에 혼자 오신 할아버님이 계셔서 혹시 혼자 앉으신 고객님과 동석이 괜찮으신지 여쭤봤더니 좋다고 하셔서 그 여자 고객님 좌석으로 안내해 드렸어요. 마침 여자 고객님께서 사이렌오더(앱에서 주문하는 방법)로 주문을 하려고 앱을 보고 계셨는데 주문 대기줄이 매우 긴 상태를 보시더니 할아버님께서 앉으신 뒤 앱에서 함께 주문을 해 드릴 테니 어떤 음료 드실 건지 여쭤보시더라고요. 할아버님께서 고맙다며 주문하신 음료보다 더 큰 금액을 여자 고객님께 건내셨는데 여자 고객님께서는 한사코 금액이 많다고 거절하시는걸 할아버님 고객님께서는 그냥 받아두라고 하셔서 결국 여자 고객님께서 감사히 용돈 받았다고 생각하겠다고 하시고 웃으면서 지갑에 넣으시는 모습을 보았죠.

흔쾌히 건넨 작은 친절로 친절을 건넨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그걸 본 사람까지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이었어요.

그 뒤에도 혼자 오신 고객님들 모두 맞은편 좌석이 비어있으면 흔쾌히 동석에 응해 주셨고 붙박이 의자에 앉으신 고객님들은 앞에 테이블이 없어도 최대한 서로 자리를 좁혀 앉아 앉을자리를 확보해 주셔서 보다 많은 고객분들이 앉으실 수 있었어요. 불만이나 큰소리가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매장을 이용하시는 고객님들 중 정말 단 한 분의 고객도 싫은 내색이나 찡그림 없이 서로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질서가 유지되는 아주 멋진 광경을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잠깐 식사시간이 되어서 매장 인근 국밥집에서 후다닥 국밥을 한 그릇 먹고 들어오는 길에 본 풍경이 또 한 번 찡한 울림을 주었어요. 집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시민의 모습을 보면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빛나는 것들이 바로 이런 높은 시민의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여러 기사나 SNS를 통해서도 선한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내용들이 참 많았죠.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여의도 일대 매장의 식당, 카페 등에 수많은 선결제 행렬로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식사와 음료가 제공 될 수 있게 해 주신 분들, 식당 가게 주인분들도 선결제 품목 외에 자비로 핫팩 등과 같은 방한 용품들을 구매해서 방문한 시민들이 가져갈 수 있게 구비 해 둔 곳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이런 작은 친절과 배려의 순간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진정한 힘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그날의 집회는 단순한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축제 같았어요. 길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장면들이 있었어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들이 곳곳에 있었죠. 한 젊은 여성이 옆에 있는 노인분께 자신의 핫팩을 건네는 모습, 긴 대기 줄에서 서 있는 한 시민이 뒤에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장면 등 작은 배려의 순간들이 계속해서 이어졌죠.

매장 주변의 식당들도 놀라운 연대의식을 보여주었어요. 일부 식당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무료 물과 간단한 간식을 제공했고, 일부 카페에서는 추운 날씨를 고려해 따뜻한 차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어요. 이는 단순한 상업적 행위를 넘어 진정한 시민적 연대의 표현이었습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 환경미화원분들과 자원봉사자들도 끊임없이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쓰레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죠. 이는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였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의 시민들이 서로 존중하며 평화롭게 소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젊은 학생부터 중년 직장인,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의견을 표현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성숙함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날의 경험은 제게 우리 사회의 진정한 힘은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선 상호 존중과 배려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질서를 유지하고, 서로를 돕는 모습은 그 어떤 제도나 규칙보다 강력한 사회적 연대감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높은 시민의식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배려와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날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성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고 희망적이었습니다.

☕️ F&B 19년차 경력의 커피 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크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