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리즈 여러분!

일단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말씀드리고 넘어갈 게 있어요.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순수 네이티브 한국인으로서 반포동포동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반포동에서 태어나 개포동포동한 사람들이 사는 개포동에서 어린 시절.. 네. 아무튼 전 서울에서 태어나서 쭉 자란 사람이므니다. 제가 순수 코리안이라는 걸 알려드렸으니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언젠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몸담고 있는 집단, 지역, 크게 넓혀서 국가는 내가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제대로 알기 힘들수도 있겠다는 사실! 저는 몇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을 통해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지금부터 세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게요!

발견 1: 어라? 이런 한국 음식이 있었어?

2000년대 초반, 제가 대학생 때의 이야기에요. 저는 당시 학교에서 '국제학생회'를 창립한 멤버 중 하나였어요(이 계기도 아주 우연 + 어이없기는 한데 나중에 이야기 해드릴께요). 그 당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향으로 개교 이래 들어오는 외국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시기였죠. 딱 그 시기에 국제학생회 간부였던 덕에 매일매일 하루 종일 외국인 친구들, 특히 일본 친구들과 붙어 다녔답니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인 마사키는 우리집에서 8개월 이상 살기도 했었어요. 그 덕에 일본어를 공짜로 배웠죠. 헤헤.

아무튼 추운 겨울 어느 날 마사키가 "징짜 마싯는거 거 사주루께~"라며 동대문으로 저를 끌고 갔어요. 다른 일본 친구 두 명과 대만 친구도 쪼르르 따라오더라고요. 그리고 소개해준 것이... '닭한마리'라는 아주 생소한 음식! 뭐냐고 물어보니 큰 대야 속 육수에 닭을 담궈놓은(?) 음식이라네요.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완전히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일본인에게 우리나라의 음식을 배웠슴니다!

낡은 건물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나무 테이블. 추운 겨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세숫대야 같은 곳에 담겨온 닭한마리. 감자 두어 개, 백숙 같은 부드러운 닭, 매콤한 양념 위에 부추, 잠시 후에 또 부추 추가... 연신 감탄을 하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구나 싶었죠. 카스에 참이슬을 말아 같이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었어요. 그때부터 닭한마리는 저의 최애 음식 리스트에 올라갔죠.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만 살아온 제가 일본 사람을 통해 한국 음식을 배웠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요? 내가 속한 문화를 같은 국적의 사람이 아닌 외국인 친구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순간이었어요. 한국 국적을 가지고 평생 살고 있더라도 내가 모르는, 하지만 외국인들은 알고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이 내 코앞에 있었는데 못 찾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여기 있잖아!"라고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발견 2: 이건 또 몰랐던 한국의 모습!

여러분은 카우치서핑이란 걸 들어보셨나요? 카우치 서핑은 우리 집의 소파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잠자리로 제공해 주는 거에요. 해외에 나가 이 소파 저 소파로 서핑을 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거죠. 공짜로요! 대학 졸업 이후 전 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해외에 나갈 때는 외국 친구들 집에 공짜를 넘어 대접을 받으며(!) 친해지고, 한국에서는 한국 놀러 온 외국 친구들을 안내해 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 진정한 국제 우정의 장이었죠!

그러던 중 북유럽의 기자에게 연락이 왔어요. "자신이 취재를 해야하는데 통역을 해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한국의 맹인 안마사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나 뭐라나~ 자기가 다른 건 해줄 수 없지만 안마를 무료로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여러분, 제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네, 홀라당 넘어갔습니다! 🤣

처음 인사할 때의 어색함도 잠시,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어느덧 안마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갔어요. 그곳은 마치 안마사를 교육하는 곳 같았죠. 엄청나게 넓었고, 수많은 안마 침대가 있었거든요. 목소리가 약간 울릴 정도로 넓었어요. 선글라스를 낀 안마사님들은 인터뷰하기 전에 일단 안마를 받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아.. 태어나서 그렇게 시원한 안마는 처음이었어요. 비틀어진 몸 이곳저곳이 맞춰지는 기분이었죠. 저에게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지도 않으셨는데 처음에 쓱 손끝으로 몸 구석구석을 훑으시더니 정확하게 불편한 곳만 콕 찍어서 안마, 아니 교정을 해주셨습니다. 아프지 않게요. 글을 쓰면서도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네요. 오늘도 일 때문에 10시간을 꼼짝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말이죠.

안마사님의 눈빛에서 직업적 긍지가 반짝이는 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맹학교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까지 전문적으로 안마를 배운다더군요! 손끝으로 느끼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의대생들도 울고 갈 기초 의학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니 놀라웠어요. 게다가 다른 의료 전문직처럼 보건복지부 주관 국가고시까지 통과해야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니, 제가 몰랐던 전문성이 숨어있었네요.

무엇보다 맹인으로서 사회에서 당당히 일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직업적 보람도 느껴졌어요. 다만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시길, 요즘에는 불법 스포츠 마사지업소가 늘어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하셨어요. 거기에 퇴폐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덕분에 국가 공인 안마사와 그들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오래 걸리고 어렵다는 것과 자기 직업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스포츠 마사지는 알고 보면 불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헉! 제가 보지 못한 한국의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된 순간이었죠.

북유럽 기자의 호기심이 없었다면, 제가 살면서 한 번도 관심 두지 않았을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같은 사회 안에 이렇게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데, 내부인으로서는 그냥 지나치고 있었던 거예요. 외부인의 관심이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물해 준 순간이었답니다. 마치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숨겨진 비밀 통로가 있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그걸 발견해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발견 3: 우리가 정말 단일민족일까?

안마사 인터뷰 이후 기자 친구와 같이 서울 곳곳을 놀러 다녔어요. 한강에서 치맥도 하고, 북촌에서 한복 체험도 하고... 서울 관광 가이드가 된 기분이었죠. 그러다 문득 그 친구가 한국은 인종 구성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어요. 당연히 단일 민족이라고 했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넌 피부가 검은 편인데, 어떤 한국 사람들은 피부가 정말 하얗더라. 그리고 눈코 몸매 등 생김새도 다 다른데? 정말 단일 민족이라고 생각해?"

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우린 진짜 단일 민족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답니다. (문화적 단일 민족이 아니라 혈통적 단일민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고 생각해서 유야무야 넘어갔죠.

세월이 흘러 2010년대 중반, DNA 인종 분석 키트가 대중화되었을 때 옛날 기자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문득 생각났어요. 호기심에 못 이겨 테스트를 해봤죠. 결과를 받아본 순간, 제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제 유전자 구성을 보니, 동아시아가 주를 이루지만(한반도, 중국, 일본 등), 놀랍게도 북유럽과 동남아시아의 DNA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죠.

이 결과를 보며 드디어 깨달음이 왔어요. '단일 민족이라고? 지리적으로 생각해도 한반도는 대륙과 이어져 있었고, 수많은 침략과 교류가 있었는데 어떻게 순수 혈통을 유지할 수 있었겠어?' 제가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인 '단일 민족' 개념이 사실은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정체성의 일부가 외부인의 시각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순간이었어요. 우리가 굳게 믿는 것들이 사실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답니다. 마치 빨간색 안경을 쓰고 있다가 파란색 안경으로 바꿔 쓴 것처럼,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어요!

깨달음: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대학 때 전공으로 들었던 비교정치론이라는 수업이 문득 생각났어요. (네, 믿기 어렵겠지만 가끔은 수업도 들었답니다! 😜) 비교정치론은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 -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려면 다른 것들과 비교해 봐야 한다는 거죠. 마치 우리집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제대로 알려면 다른 아이들도 유심히 봐야 하는 것처럼요. 한 곳만 보면 그게 전부인 줄 알지만, 여러 곳을 비교해 보면 비로소 진짜 특별함과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이건 한 나라의 정치 시스템이든, 우리 가족의 대화 방식이든, 심지어 나 자신의 성격이든 모두 마찬가지랍니다.

소개한 사례 외에도 제가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분야는 외국어였어요. 여러가지의 외국어를 배우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고 어떤 것이 다른지 배우게 됐답니다. 다양한 시각을 깨닫게 됐어요. 마치 여러 개의 창문이 있는 집에서, 창문마다 다른 풍경이 보이는 것과 같았죠.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다른 것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꼭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며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나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일상과 정체성 속에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특별함이 있을지 모른답니다.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나와 우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세요. 그리고 그 경험을 나눠주세요! 저도 듣고 싶네요. 😊

📿 여러분들이 가진 구슬을 엮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 드립니다, 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