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호 (2023.09.11)

일을 못하는 방법: 멀티태스킹

커피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2화>

한 주가 끝나가고, 새로운 한 주를 기다립니다.

들어가면서

일요일이네요.

많은 일이 있었던 한 주가 끝나갑니다.

이번 주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 아웃룩 캘린더를 열어봅니다.

화요일에는 사내 커피마스터 취득을 위한 커피 클래스에 참여했었고,

수요일에는 권역 인력 회의가 있었고,

목요일에는 팀장님과 동료 매니저들과 각자의 지역을 다니며 목적했던 내용들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관찰하고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에 대해 논의하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할애했었네요.

지역 매장을 방문한 건 월요일과 금요일밖에 없어서 다음 주는 좀 더 매장 방문에 집중해 보려고

다음 주 일정 스케줄링을 위해 사전에 아웃룩에 입력된 일정을 들여다보니 다음 주도 타 지역 신규점 오픈전 사전점검과 팀 회의 등으로 매장 방문은 이틀 정도밖에 하지 못할 것 같네요.

지역 매니저가 되고 나서 제일 어려웠던 건 일정 관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간 계획을 세우는 법이었던 것 같아요. 지역 매니저로 근무한 지도 벌써 9년 차인데,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쉽게 스케줄링하고 있지만 처음 지역 매니저가 됐을 때는 그동안의 업무 패턴과 너무 달라서 참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입사하고부터 중간관리자 직급을 거쳐 점장이 되고 지금 지역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어떻게 주간 계획을 세웠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지만, 나의 직무 포지션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그것에 맞게 세워야 하는 계획도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달라졌기에 그에 맞는 주간 계획을 세웠던 것 같네요.

Phase 1. 바리스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바리스타' 직급으로 근무하면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던 용어들과 음료 레시피를 외우고 내부 품질 기한 기준 등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주간 계획을 세웠나 싶을 정도로 매일 무언가를 해내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분명 외웠던 레시피인데 'Bar'에 들어가면 까먹기 일쑤고, 반복되는 실수에 '지금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인가'를 되뇌었던 것 같네요.

어느 정도 용어들과 음료 레시피에 익숙해지니 이제는 계절마다 바뀌는 프로모션과 이벤트 내용을 외우느라 또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장의 내일에 해당하는 프로모션과 이벤트의 특이사항을 체크하고 출근 전에는 수정된 공지나 새롭게 올라온 공지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근무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바리스타 때는 주간 계획의 가장 큰 기준이 내가 숙지 못하고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방법에 집중된 계획을 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반복된 실수를 하는 모습이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고 자주 틀리고 실수하는 건 작은 수첩을 만들어서 다음엔 틀리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그때마다 메모했지요.

잘 모르는 부분도 메모해서 사내 매뉴얼을 찾아보고 나보다 늦게 입사한 바리스타가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해 줄 수 있도록 참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재미'가 더 컸던 시절이었어요.

편의점에 가면 새로 나온 제품들을 일단 사 먹어 보고 경험하는 스타일이라 새롭게 출시되는 음료의 레시피를 외우고, 계절마다 바뀌는 프로모션을 기대하면서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고 내가 만든 음료를 맛있게 드셔주는 고객의 모습을 보면서 '바리스타'가 되길 참 잘했다 싶었죠.

그렇게 바리스타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 중간 관리자가 됩니다.

Phase 2. 점장

저희는 대부분 내부 승격이라 각 직급의 단계를 거쳐야 다음 직급으로 승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자격이 주어진다고 해서 모두 승격하는 게 아닌 테스트와 면접을 거쳐 승격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전 직급의 일들을 알아야 그다음 직급의 일을 할 수 있고 이전 직급을 트레이닝하거나 코칭하기 위해서도 이전 직급의 경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저는 중간 관리자(슈퍼바이저, 부점장) 직급을 거쳐 점장으로 승격합니다.

점장이 되었더니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았어요.

남들 보기에는 한 매장의 '장'이고 점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힘이 있을 거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리스타 때는 일단 '내'가 실수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힘들지 않도록 '내 몫'을 똑똑히 하면 됐는데 관리자 직급을 거쳐 점장이 됐더니 아니 웬걸 우리 일에서 '점장'이 제일 힘들다는 걸(점장이 되고 나서 함께 일했던 점장님들께 아니 왜 이야기해 주시지 않았냐고 처음엔 엄청나게 원망했던 것 같네요.ㅎㅎ) 점장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점장이 되고 나서 주간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한 주간의 '근무 스케줄링'이었어요.

한 매장을 구성하는 직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역량이 다 다르고, 할 수 있는 업무의 숙련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케줄링할 때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고 또 고객의 방문이 집중되는 프로모션과 이벤트 일정도 반영하고 또 직원들의 개인 일정으로 인한 스케줄 신청 등도 반영하다 보면 제일 나중에 반영되는 건 제 일정이었죠.

톱니바퀴가 삐걱거리지 않고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적절하게 윤활유를 사용하고 틀어진 톱니는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한 매장의 점장일 때는 나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적시에 반영하고 조율해서 맞춤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제일 중요했고 그게 주간 계획을 세울 때의 제일 우선순위였던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과 정기적인 면담도 하지만, 틈틈이 스몰토크도 하고 요즘 관심이 있는 게 무엇인지 힘든 일은 없는지 더 잘하고 싶은 업무는 무엇인지 잘 안되는 업무는 무엇인지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교육 스케줄을 반영한다든지 해서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스케줄링했던 기억이 납니다.

Phase 3. 지역 매니저

매장 직군에서는 점장이 올라갈 수 있는 제일 높은 직급이고 그다음은 매장을 관리하는 지역 매니저로 승격하는 일인데 처음 입사했을 때 막연하게 지역 매니저까지는 돼 보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막연히 멋있어 보이고 이왕 하는 거 점장이 끝이 아닌 지역 매니저가 돼 보자고 해서 참 열심히도 달려서 지역 매니저가 됐는데, 이건 점장 승격했을 때 보다 더 큰 업무 갭이 생겨서 다른 회사에 입사했나 싶은 정도였죠.

점장 때까지는 내 매장 하나만 잘 운영될 수 있게 하면 됐었는데 지역 매니저가 되고 나선 '지역'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내 '지역'에 속한 직원들 모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심지어 처음 담당했던 지역은 매장 간 거리가 60km가 넘는 곳도 있어서 물리적인 한계와 시간적인 한계에 부딪혀 제 한계를 시험해 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매장 방문 일정을 세우고 주간 계획을 세워도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일들과 수시로 오는 업무 연락들, 해결해야 하는 일들과 업무처리 중간에도 또 새롭게 생기는 일들로 제가 한 5명만 아니 5명도 과하고 1명만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매일 그렇게 일을 했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업무 루틴이 생기고 업무 패턴이 정리가 되면서 주간 계획을 세우는 것에도 나름 방법이 생겼어요.

주간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회사의 연간 전체 일정을 먼저 확인하고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게 제일 우선순위로 1년 동안 진행될 프로모션과 파트너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정을 기준으로 분기-월-주간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리고 주간 계획을 세울 때 계획 간에 Room을 두어서 업무 특성상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기거나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죠.

여러분의 주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적고 나서 보니 너무 한 직군에 제한된 주간 계획인 것 같아서 보편적인 효과적인 주간 계획 세우기의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아 이렇게 주간 계획을 세울 수도 있구나, 다른 직군에선 이렇게 일하는구나! 라는 아하 포인트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세운 계획이 틀어짐 없이 모두 진행되면 너무 좋겠지만, 분명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더 많을 테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보다 유연하게  또 한 주를 잘 보내는 걸 목표로 삼아봅니다.

여러분의 주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문득 저도 다른 직군의 분들은 어떻게 주간 계획을 세우시는지 궁금하네요.

더배러 오픈 채팅방에서 이야기 나누어요.

모두 좋은 한 주 되시길요!

 

—☕️ F&B 18년차 경력의 커피 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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