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모는 나에게로 와서 무엇이 될까?
2. 지식의 모자이크를 시도해보도록 하자.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기록의 꽃, 연결

느닷없이 시 한 편으로 시작해 봤어요. 아직 낮에 덥지만 달력은 이미 가을이잖아요.

메모 하나 제대로 남기는 것도 힘든데 이전 글에서 그러한 메모를 분류하고 보관해 기록으로 만들자고 했어요.

오늘은 이제 그러한 메모들을 연결하자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어쩌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뿔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어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분류하거나 연결하지 않은 메모는 단편적인 메모로 존재하게 돼요. 더 의미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었던 메모가 영원히 잠재력 혹은 가능성으로만 남게 되는 거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메모는 연결해야 꽃이 돼요. 그냥 적어 두기만 하면 그저 의미 없는 글자의 나열 혹은 잠시 기억되었다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죠.

지난 뉴스레터에서 커맨드스페이스님께서 루만 교수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으니 오늘 그 이야기를 잠시 예를 들어 볼게요. (참고: https://thebetter.stibee.com/p/17/)

제텔은 '메모'를 뜻하고 카스테은 '상자'를 뜻해요. 그럼, 제텔카스텐의 뜻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메모 상자예요.

루만 교수가 메모를 관리하던 방식을 전통적인 방식이라 정의한다면,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메모에 일종의 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관리했어요. 마치 주민번호나 일련번호처럼요.

루만의 방식을 사용하면 관리 번호 끝에 다른 문자나 숫자를 추가해 계속 노트를 추가할 수도 있고, 인접한 노트와 노트 사이에 추가 노트를 삽입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했을 때의 장점은 분명해요.

1. 관리가 편리해져요.

노트 색인이나 목차를 만들 경우 원하는 주제에 해당하는 노트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찾아보기 편리해져요. 다음 그림처럼 말이죠.

중요한 것은 하나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맞게 메모나 노트를 관리하는 것이죠.

전통적인 방식에서 메모는 고유 ID를 통해 다른 메모와 연결돼요.

이러한 연결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기억과 관련된 중요한 원칙과도 관련이 있어요. 지식의 조각(pieces of knowledge)을 다른 대상과 연결할수록 지식 조각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하고, 기억력이 향상되며 우리는 그 속에서 패턴도 볼 수 있게 돼요. 이렇게 발견하는 패턴을 우리는 보통 인사이트(통찰력)라고도 하죠.

중요한 내용이니까 강조해서 이야기할게요.

지식은 연결할수록 "잘 기억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잘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필요한 때 잘 꺼내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져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기존 개념/지식으로부터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이러한 원칙대로 작성된 메모는 3가지 구성 요소를 갖게 돼요.

1. 고유 식별자 혹은 ID 혹은 관리 번호
2. 메모 본문
3. 참고 자료 혹은 출처

루만의 방식대로 메모를 관리할 때 여러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게 전부예요. 물론 태그를 추가해도 좋죠.

메모에 여러분이 간직하고 싶어 하는 지식의 조각이 있을 수도 있고, 비판이나 개념 혹은 다른 어떤 것이 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되도록 원문 그대로 적기보다는 여러분만의 단어나 개념으로 다시 적어두는 것이 좋아요.

물론 저는 약간 변형해서 관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유 ID는 번거로워서 사용하지 않아요. 그 외에 본문, 참고 자료(출처)는 모두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 폴더링이나 무한서랍과 같은 관리를 위한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저보다 더 전문가 분들이 저희 더배러 커뮤니티에 있으니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해볼게요. 다음 글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의 가벼운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