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닌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

그림의 기초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참 못 그렸어요. 미술 시간이 저에겐 늘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죠. 열심히 그려도 선생님께 혼나기 일쑤였거든요. 그래서 항상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을 쳐다보면서, '어떻게 저런 걸 그릴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10년 전쯤에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동네에 미술 학원을 열어서 한동안 놀러 다닌 적이 있어요. 오픈 초기라 학생도 없었을 때라 친구에게, "나도 너처럼 그림 잘 그리고 싶어!"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웃으며 다음주부터 공짜로 가르쳐주겠다고 하더군요.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첫 수업. 친구가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왼손 그리기를 할 거야.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어. 첫 번째,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눈을 왼손에서 떼지 말 것. 두 번째, 그림은 선 하나로 그릴 것". 그래서 친구의 말대로 도전해 봤죠. 예상대로 엄청난 작품이 아닌 엉망진창인 선이 나왔죠.

엉망인 선을 보고 친구는 일단 저를 칭찬해 준 뒤 잊지 못할 말을 해줬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그린다고 착각을 해. 하지만 대부분은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밖으로 옮기는 거야. 그림의 가장 기초는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연습이야."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아직도 그림엔 젬병이지만 친구의 말은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경험이 만드는 좁은 시각

저는 '나도 그거 해봤는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 말이 나오면 보통 뒤에 따라오는 말은 부정적인 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나오기 십상입니다. 제대로 보지 않고 단정 짓는 것이죠.

이러한 자세는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제한된 시각, 개인 경험의 일반화를 강화할 뿐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한된 시각은 기회와 위기를 파악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거든요.

자, 여기서 재밌는 사례가 있는데, 이건 2000년대 초반의 IT 업계 이야기예요. 그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PC 운영체제의 왕이었어요. 점유율 95%. 압도적인 숫자 아닌가요? 이런 독보적인 위치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에도 뛰어들기로 했어요.

포켓PC, 윈도우 모바일 같은 운영체제를 만들었는데, 솔직히 그때의 기술 수준으로는 사용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당시의 하드웨어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서 많은 제약이 있었죠. 제가 그때 윈도우 모바일 기기를 쓰고 있었는데, 동영상 하나 재생하는 것도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은 아이폰 1세대를 별 볼 일 없는 기기로 여겼어요. 이미 그들은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본격적인 모바일 시장 대응을 하지 않았죠. 결국 현재인 2023년, 윈도우의 점유율은 30.76%로 크게 줄었고, 안드로이드와 iOS가 합쳐서 54.29%를 차지하고 있어요. 과거의 경험만을 믿고 판단한 결과,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되어버렸죠.

또 비슷한 사례는 또 있지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지만, 필름에 머물다가 망할뻔한 코닥. 코닥 이야기는 모두 알고 계시죠?

결국 세상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

알아요. 내 경험을 무시하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걸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코닥도 사실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요. 똑똑 두들겨 본 다리가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잖아요. 상황이 변하는 만큼 같은 일에 대한 접근 방법도 계속 바뀌고 있는 거에요. 제가 어렸을 땐 훈육의 매가 당연하게 권장되었지만 지금은 금기가 된 것처럼요.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개인적인 경험이나 기억에만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은 소중한 가르침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때로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관점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통찰이나 지식을 발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죠. 결국,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될 열쇠가 될 것입니다.

—📿 여러분들이 가진 구슬을 엮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 드립니다, 타래—

배움의 과정, 성공의 과정

혹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 실망하거나 싫어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생각해오던(혹은 기대했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좋은 목소리를 내고 싶으면 민망하더라도 녹음하며 원하는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노래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몇 년째 선생님을 찾아가 배우고 있는데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와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레슨 받을 때 좋았던 소리를 녹음한 다음 혼자서 연습할 때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해보는 거죠.

💡 레슨 녹음 파일 듣기 > 따라서 부르며 녹음하기 > 듣기 > 다시 따라서 부르며 녹음하기(이하 반복)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한가요? 제 만족도를 점수로 표시하면 100점 만점에 30-40점 정도입니다. 분명 좋은 소리를 녹음하고 따라함에도 만족도가 낮은 건 그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좋은 소리를 따라하지만 정확하게 따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소리를 흉내내기 전에 정확하게 소리내는 방법을 충분히 익히고, 그대로 소리 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아 발생하는 비극입니다. 결국 호흡하는 법, 호흡에 소리를 싣는 발성법 등을 차례로 배우고, 소리에 가사 싣는 법 등을 배우고 연습하며 배운대로 노래하려고 노력했을 때 좀 더 나은 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예전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에서 조교로 일할 때에도 경험했었습니다. 이 학원 수업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내용 중 하나는 영어 발음 교정이었습니다. 흔히 영어 발음은 어린 시절에 완성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교정이 힘들다고 하는 데 저는 매달 수백 명의 수강생들의 발음이 개선되고 심지어 원어민 같은 발음을 갖게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비법은 간단했습니다. 영어 발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원리를 배우고, 그 다음에는 모음과 자음, 단어, 문장 순으로 연습 단위를 늘려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습할 경우 짧게는 1~2달이면 영어 발음이 교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 이후 저는 무엇을 배우든 같은 원리를 적용해 익히고 있습니다. 수준별 단계를 정의하고, 각 단계를 이루고 있는 요소와 성취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확한 방법을 파악한 뒤 시간을 들여 목표를 달성합니다. 목표에 따라 동시에 여러 요소를 달성해야 할 때도 있고 하나씩 순차적으로 달성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 신체적, 지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는 목표를 제외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달성하지 못한 목표는 아직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계신가요? 어떠한 원리에 따라 익히고 계시나요? 여러분의 경험을 들려 주세요.

💡 배움의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