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로 나의 세상을 넓혀가는 법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학생 시절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단계별 과정으로 나누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성취감을 주었거든요.

그리고 꾸준함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보이는 적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빠짐없이 거쳐와야 했거든요. 대수학 - 기하학 - 삼각법 - 미적분학 기초 - 수열과 급수 - 수리논리학 등을요. 차근차근 기반을 닦고, 벽돌을 쌓아 올려서 만드는 멋진 건물을 짓는 기분이었죠. 착착 멋지게. 좀 이상한가요?

물론 제가 똑똑해서 적분 문제를 푼 것이 아니죠. 저와 같이 수능을 본 대부분의 고등학생도 적분 문제를 풀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이야말로 인류 기록의 승리가 아닐지 싶습니다. 유클리드의 원론이 출간된 기원전 3세기부터 적분이 밝혀진 17세기 말까지 무려 2,000년 동안 쌓인 지식 덕분에 20살도 안 된 고등학생들이 적분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성장을 위해 메모를 합니다. 저에게 성장이란 제가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깊은 생각을 통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는 것입니다. 앞에 수학의 예를 들어 말씀드렸듯이 인류의 진보는 전 세대의 생각이 담긴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가 발전시키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어떤 분야도 기록 없이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성장하기 위해 저는 3가지 용도로 메모를 활용합니다.

첫 번째는 기억 보존을 위한 메모입니다. 책 만권을 읽어도 정리하지 않으면 말짱 꽝입니다. 왜냐면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잊습니다. 인터넷을 하며 수많은 텍스트를 읽어도 결국 대부분은 휘발되어 버립니다. 의도적인 정리와 기록이 없으면 노력해서 배우고 읽은 것들은 망각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모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성장은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꾸준히 일기를 쓰고 떠오르는 생각을 톺아보며 텍스트로 기록합니다. 주변 사람들, 가족, 심지어는 미래의 나와도 소통이 가능한 채널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정보를 공유하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죠.

세 번째는 자기 성찰과 통찰력 향상을 위한 메모입니다. 메모를 통해 자신이 배운 것, 경험한 것, 생각한 것을 모은 메모 속을 탐험하며 생각의 건물을 지어나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목표와 가치에 맞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수학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뒷머리가 없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붙잡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하지요.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에 우리의 경험과 생각을 메모로 기록하는 것은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통해 우리는 오늘보다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록의 힘을 믿고 착실히 메모를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우리의 지식과 성장, 그리고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류의 발전을 위한 시작일 것입니다.

—📿 여러분들이 가진 구슬을 엮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 드립니다, 타래—

나의 두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더배러 뉴스레터에 관심 갖고 구독하고 분들은 지적으로 성숙한 분들이여서 안 그렇겠지만 저는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이었어요. 읽은 책이나 콘텐츠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진리처럼 여겼죠. 이것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설사 틀리더라도 편한 것이 좋다는 저의 사고방식 때문이었어요.

어쩌면 지금도 그러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만, 분명한 것은 최근에는 일단 스스로 생각하려고 하는 뜻을 세우고 그것을 시작했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의 최근 화두는 이것이에요.

언뜻 보기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에 매혹당하지 말자

예를 들어 간헐적 단식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실제 그대로만 하면 살이 엄청 빠질 것 같아 저도 도전했던 적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했었어요. 우선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비즈니스 활로를 찾고, 규칙적으로 고강도 운동을 하던 제 삶의 패턴과 전혀 맞지 않았죠. 안색도 나빠지고 머리도 빠지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여기저기 아프기도 했어요. 네, 살이 빠지긴 했지만 건강을 잃는 바람에 다른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표면적으로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말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활용하는 원칙은 아래와 같아요.

현재 내 사고 과정과 방식을 점검하며 정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남이 가르쳐 준 대로 생각하는지 돌아보기
편견이나 나만의 독단적인 생각은 없는지 한번 더 생각하기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판단 근거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이러한 생각들을 종합해서 나만의 생각 갖기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도 틀리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다만, 시행착오를 더 줄이는 방법임에는 틀림 없어요. 챗GPT 등 우리의 생각을 돕는 다양한 AI 도구들도 많고, 안 그래도 복잡한 현대 사회 번잡하고 귀찮은 일이 나를 괴롭혀도 “생각하기”의 끈은 놓지 말아 주세요. 우리의 두뇌는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존재하잖아요!

(필립 체스터필드의 명저,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 발췌 및 활용)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