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와 방향을 만드는 법 - 우리가 함께한다면

홀로 나아가는 것의 외로움

"너 또 무슨 쓸데없는 짓하냐?" 2000년대 중반, 제가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많이 듣던 이야기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링컨의 '나에게 나무를 자를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먼저 4시간을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에 쓰겠다.'는 명언을 가장 좋아했지요. 그래서 늘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업무 자동화를 위해 오피스 매크로를 독학하고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 GTD를 공부했죠. 그리고 전역하는 병사들을 위한 진로 찾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했습니다.

언제나 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가 연구한 도구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때 제 인생의 슬로건인 '내가 가진 호기심을 바탕으로 많은 경험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의 등대가 되자'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늘 저를 별종으로 보았습니다. 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늘 방향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책 속에서나 존재했죠.

삶의 보람 - 이키가이

제 슬로건에서 추론하실 수 있듯이 저는 무척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배러 멤버이신 여러분들처럼 수많은 일을 시도 해봤습니다. 그중 대부분의 일은 제 흥미 레이더에서 떨어져 나갔지요. 몇 년간 열심히 던진 다트라던지 외줄타기라던지 스페인어 같은 것들요.

그러던 중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서 관심과 흥미가 사라지지 않는 일을 발견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걸 '이키가이'라고 표현합니다. 삶의 보람 또는 목적이라고 하네요. 저는 이것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삶 자체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일이라 정의합니다.

조금 더 깊이 알아볼까요? 이키가이 밴다이어그램을 만든 마크 윈은 이키가이를 4개의 원이 겹쳐진 구역이라고 설명합니다. 4개의 원은 내가 사랑하는 것, 세상이 나에게 필요로 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2000년대 중반에 이키가이의 조건 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과 세상이 나에게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았습니다. 그 후 15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제 이키가이의 새싹은 '잘하는 일'의 조건을 조금씩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지만 아직 '잘하는 일'도,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도 아직 아니었죠. 2022년에 한 커뮤니티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저는 생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틈틈이 글로 삶의 단편을 기록해 왔어요. 하지만 기록을 관리하는 데는 늘 어려움을 겪었죠. 그러다 2022년에 제텔카스텐이라는 방법론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 세컨드브레인이라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이키가이를 가진 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에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 주변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드물어서 외로움을 느꼈죠.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저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서로 생각도, 수준도 다르지만 가치관이 같기에 서로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관찰자로, 그다음엔 스터디원으로, 세미나 게스트로, 미라클 모닝 운영자로 그리고 커뮤니티 운영자로 점점 저는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 사이 제가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로 바뀌었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컨텐츠도 늘어났습니다. 이키가이가 드디어 형태를 갖춘 거죠.

무엇보다 같은 가치관의 열정과 실력이 넘치는 동료들을 만난 게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서로를 파악하고 신뢰를 쌓아서 결국 지금 여러분과 함께하는 더배러라는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었지요. 일상에 매몰되었던 제 운명이 새로운 장을 맞이했어요.

여러분의 피렌체를 찾으세요. 그리고 성장하세요.

얼마 전 투자자이자 기업가인 사힐 블룸의 메디치 효과에 대한 뉴스레터를 읽은 적이 있어요. 15세기 메디치 가문이 예술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당대의 인재들이 피렌체로 몰려들었다고 해요. 이렇게 재능이 한 곳에 집중되면서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르네상스 운동의 핵심이 되었죠.

사힐 블룸은 스탠포드 대학 재학 시절을 돌이켜보며 대학 캠퍼스는 15세기 피렌체의 작은 버전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저는 한 공간에서 거장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항상 새로운 에너지를 느낍니다. 제 조언입니다: 그런 장소를 찾아서 그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여러분이 가진 이키가이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디서 여러분의 삶의 의미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진심을 다해 더배러 구성원 여러분들이 모두 삶이 보람 있고 의미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 여러분들이 가진 구슬을 엮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 드립니다, 타래—

커피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3화>

내가 만드는 ‘오늘의 한잔’

서비스와 감정노동, 그리고 프로다운 자세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와, 차량용 엘리베이터에서 후진으로 차를 뺀 뒤 출차로까지 이동하기에는 차를 돌릴 공간이 부족해서 주차 관리실에 계신 관리인 분께 바닥에 회전판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지하 주차장이 있긴 했지만 램프식으로 내려갈 수 있는 주차장이 아닌 입차할 때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후진으로 차를 빼고 주차를 한 뒤, 역시나 출차할 때도 전진으로 차량용 엘리베이터에 타지만 지상에 올라와서는 후진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거 다 후진으로 차를 돌려서 나가요, 이걸 돌려줄 이유는 없어요."

순간 바닥의 회전판이 고장 나서 작동을 못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관리인 분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생각해 보니 고장 났다는 뜻이 아니었다. 다들 후진으로 차를 돌려서 나가는데 유별나게 회전판을 돌려달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는 거였다. 출차로에는 차량용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못하는 SUV 큰 차들이 진출입로 한 면에 주차되어 있었고 한 면의 끝까지 주차가 되어 있는 바람에 도저히 차를 돌려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없던 상황이었다.

"후진으로 나갈만한 공간이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회전판이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저희가 불쾌하게 말씀드리거나 과도한 요청을 드리는 게 아닌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남편이 존댓말을 사용해서 정중하게 여쭤보았다. 관리인 분은 계속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다가 결국엔 남편이 관리인분께 지금 말씀 주신 부분이 이 주차타워의 공식적인 입장인가요? 라는 질문에 마지못해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

10월 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두물머리에 바람을 쐬러 다녀왔는데, 자차로 운길산역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거기서부터 두물머리까지 도보를 이용해 다녀오는 코스였다.

운길산역 주차 요금을 사전에 찾아보긴 했는데 그래도 확실히 얼마인지 싶어, 마침 관리인이 계시길래 여쭤봤는데,

"거기 입구 주차 안내 표지판에 적혀있어요, 거기서 확인하세요." 라는 답을 들었다.

아쉬웠다.

물론 표지판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말씀해 주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왕이면 주차 요금은 얼마인데 자세한 사항은 표지판에서 확인하시면 된다고, 도보로 두물머리에 다녀오시는 거면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면 서로가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관리인분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관리인분 입장에선 사람들이 살펴보지도 않고, 대뜸 질문부터 하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질문을 하니 계속되는 동일 질문에 감정 소모가 있지 않으셨을까? 라는 생각.

앞서 주차타워의 관리인분도, 모든 사람이 좋은 태도로 질문하지는 않았을 거고 반복되는 감정 소모에 의도치 않는 언행이 되어 버린 건 아닐지 하는.

나 역시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게 '감정노동'에 대한 컨트롤이 쉽지 않았던 부분이었고 반복되는 감정노동에 결국 번아웃까지 오는 직원들을 보게 되면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왔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기도 한다.

서비스는 상호작용이다.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바르고 정중한 태도가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때론 좋지 못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감정을 되받아 치기보다는 조금 더 프로다운 모습으로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가 하루에 만드는 몇십, 몇백 잔의 커피가 누군가의 하루를 멋지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오늘의 한잔'이라고.

결국 우리는 그 사람의 하루를 책임지는 '오늘의 한잔'을 만드는 멋진 사람이라고.

—☕️ F&B 18년차 경력의 커피 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크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