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릴 수 있어요

오르막길 달리기

저는 요즘 달리기를 해요. 매일 저녁에 집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10분 이상씩 달렸어요. 그리고 고백할게 있어요. 헬스장 1년 회원권을 결제하고 한 달 째 안 나갔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미뤄왔죠. 그래서 다시 헬스장에 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요즘 달리던 참이라서 헬스장도 달려서 다녀오려 했어요.

우리 집에서 헬스장까지 거리는 2km 정도에요. 그리고 내리막길이에요. 그래서 가는 길에는 수월하게 갈 수 있었어요. 헬스장까지 달리니 10분 정도 걸렸어요. 그런데 돌아갈 때가 되니 오르막길이 문제가 됐어요. 게다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이후라서 지친 상태였죠. 그래서 집에 돌아갈 떄는 헬스장 올 때보다 5분 더 걸려 총 15분 정도 걸릴 거라 생각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와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아직 평지라서 그랬을까요. 달릴 만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태극 아직 살아있구나! ㅋㅋ” (한때 스포츠맨이었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오르막길에 들어서고 10초 정도 됐을까요? 진짜 힘들어 죽겠더라고요. 당장 달리기를 멈추고 쉬고 싶다는 충동이 몰려왔어요.

목표 설정과 집중

그러던 중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장거리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100m 앞을 목표로 두고 달려요.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만 집중해요. 도착하면 그다음 100m에 집중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종점에 도달해요.

저도 목표를 설정해 봤어요. 마침 5m 정도 앞에 전봇대가 있더군요. 그래서 전봇대만 보고 달렸어요. 그다음에는 5m 앞에 전광판, 그다음은 나무, 그다음은 불법 주정차의 사이드미러… 이런 식으로 5m 정도 앞의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만 집중하고 달렸어요. 도착하면 그다음 목표를 정하고 달렸어요. 분명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달릴 힘이 남아 있었어요.

어느 순간 또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어요. 그래서 목표 거리를 더 좁혔어요. 5 보폭 정도 앞에 있는 안내판, 5 보폭 앞 쓰레기, 육교 시작점, 육교 끝점… 목표 거리가 짧아진 만큼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해 눈을 굴리는 횟수가 늘어났어요. 이때 저는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진짜 지쳤음에도 계속 달릴 수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덜 힘들더군요. 멈추고 싶다는 충동이 사라졌어요. 집까지 50m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신이 나서 전력 질주로 달렸어요.

지속과 체득

처음 달리기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든 후로 7분간 쉬지 않고 달렸어요. 게다가 마지막에는 전력 질주까지 했어요. 집 도착까지 15분은 걸릴 줄 알았는데 10분 만에 도착했어요. 이 순간 저는 정말 소중한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어요. 첫째는 목표 설정의 효과가 굉장하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지식을 머리만 아는 것과 몸으로 체득할 때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는 거예요. 목표를 작게 쪼개는 기술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깨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는 앞으로 힘들고 지칠 때면 달리기의 경험을 떠올릴 것 같아요.

“힘들어? 그러면 목표를 작게 쪼개. 그리고 거기에만 집중해. 멈추지 마. 느려도 좋아. 계속 달려. 아직 더 달릴 수 있어”

문득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쉬면 편해지는 대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 더욱 힘들어지거든요.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도 힘들면 멈춰서 걸을 걸요? (하지만 아플 때는 꼭 멈추세요.)

인간의 신체는 오래달리기에 매우 특화됐다고 해요. 치타 같은 동물과 속력으로 대결하면 이길 수 없지만 지구력으로 대결하면 인간이 이겨요.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쫓아가는 것이 인간의 사냥 방식이었다고 해요.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꾸준함은 모두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래달리기는 인간의 특기니까요.

열심히 살다 보면 지치고 힘든 날이 찾아와요. 다 때려치우고 쉬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는 충동이 몰려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이 메세지를 떠올려 보아요.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리면 결국은 이룬다. 오래달리기는 인간의 특기다. 나는 계속 달릴 수 있기에 결국은 이룬다.

Why not? Give it a 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