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그게 궁금하단말야. 호기심들이 쌓여 만들게 된 나의 취향.
2. 내가 가장 바랐던 것은?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나의 마음 속.

작은 막대사탕 하나에도, 나의 취향과 욕망이 반영되기를.

편의점에 들어갑니다.

마실걸 고르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눈앞에 다양한 맛의 츄파춥스가 잔뜩 꽂힌 거치대가 보입니다. 딱히 사탕을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처음 보는 색상의 츄파춥스 포장지가 눈에 띄어 집어 듭니다.

'라임 레몬' 맛이네요.

연두색 포장지라 언뜻 보면 사과 맛인가 싶지만, 연두색보다는 좀 더 밝은 연두색에 노란색이 가미된 포장지에 라임과 레몬이 그려져 있습니다.

포장지를 벗겨 츄파춥스를 입에 뭅니다.

예상되는 맛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상큼하고 달콤한 맛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편의점에 들르게 되면 요즘 새로 나온 신상품은 뭐가 있나, 어떤 것들을 팔고 있나 둘러보게 됩니다.

그리고 못 보던 제품이 보이면 어떤 맛인지, 어떤 식감인지, 어떤 컨셉으로 제품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사보게 됩니다.

호기심, 삶의 무지개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궁금한 게 많았고 질문이 많았습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내 보려고도 하고 모르면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A가 궁금해서 찾다 보면 B가 나오게 되고 그래서 또 B를 찾아보다 보면 C를 찾아보게 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라고 할까요. (그래서 '꼬리에 꼬리는 무는 영어'란 책도 참 좋아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다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게 저만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끊임없는 호기심 덕분에 삶을 좀 더 다채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거기서 얻어지는 통찰들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_어떤 장르의 음악이 좋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좋고,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등등_나만의 취향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죠.

가끔은 그 호기심 때문에 낭패를 볼 때도 있지만, 가령 편의점에서 궁금해서 사본 음료수를 한 입도 마시지 못하고 버린다든지, 근데 그런 낭패는 오히려 하나의 좋은 경험이었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부먹보다는 찍먹, 밀떡보다는 쌀떡, 육고기 물고기는 이건 우열을 가릴 수 없죠.

둘 다 좋아합니다.

호기심을 넘어서 욕망으로.

호기심 덕분에 취향이라는 게 생겼고, 그 취향 덕분에 나의 욕망을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나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 내가 가져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목표이자 욕망을요.

단순히 좋은 것을 넘어 삶의 가치관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욕망합니다.

단순히 목표하는 게 아니라 욕망함으로써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편의점을 지나게 되면, 요즘은 어떤 츄파춥스를 팔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작은 막대사탕 하나에도 여러분의 취향이 반영되고 욕망이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 그래서 말인데요,

츄파춥스가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거 알고 계신가요?

전 너무 당연하게 미국 느낌이라 미국이겠지 했는데 1958년에 스페인의 막대 사탕(롤리팝) 브랜드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막대사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츄파춥스에 유명한 로고는 1969년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한 것이 원형으로, 1980년대까지는 지금의 필기체 모양이 아닌 인쇄체로 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뉴스레터를 다 읽으시면 재미 삼아 츄파춥스의 역대 로고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024년은 여러분의 취향이 반영된 욕망이 가득 펼쳐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F&B 18년차 경력의 커피 언니가 들려주는 일과 성장 이야기, 크릿—

여러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제 눈을 사로 잡은 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글의 제목인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입니다. 라틴어로는 <Desero ergo sum.>입니다. 이 말은 한동일 교수님이 만들어 낸 말이 아닌 스피노자가 주장했던 말입니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본능적인 추진력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욕망을 인간의 존재와 행동을 이끄는 근본적인 힘으로 보았기에 스피노자는 욕망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욕망을 없애려 하거나 억압하면 인간은 무기력하고 굴종적인 존재가 되기에 스피노자는 인간의 욕망을 지배하거나 억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욕망을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라봤죠.

이러한 관점은 일견 욕망이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된 욕구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색욕(色慾, 육체적 욕망), 성욕(聲慾, 청각적 욕망), 향욕(香慾, 후각적 욕망), 미욕(味慾, 미각적 욕망), 촉욕(觸慾, 촉각적 욕망)을 통칭하는 **<오욕 (五欲)>**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구를 나타내는 데, 이러한 욕구들은 인간이 세속적인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추구하는 방식을 나타내며, 영속적이기보단 일시적인 만족이나 행복의 추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불교에서는 이러한 욕구와 욕망이 고통과 불만족의 근원이 될 수 있으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욕망을 극복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와 불교의 접근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욕망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들뢰즈는 욕망이 결핍이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생산적인 활동과 창조적인 힘이라 바라봅니다. 특히, 들뢰즈는 욕망이 삶의 다양한 형태와 연결을 만들어내는 동력이라 주장합니다. 이러한 욕망은 인간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지 않고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간을 인도합니다. 스피노자가 욕망을 개인의 내적 역량과 자기 실현의 도구로 보는 반면 들뢰즈는 욕망을 더 넓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의 창조적인 힘으로 이해합니다. 두 사상가 모두 욕망을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현상으로 보며, 이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성경은 이러한 욕망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기도 합니다. 욕망 자체가 피조성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욕망을 자제하기 보다는 욕정과 구분하며 바른 것을 욕망할 것을 제안합니다. 욕망은 정도도 없고 한계가 없기에 유한 물질 세계에서는 만족할 수 없지만 욕망의 대상을 무한의 존재인 신과 영생의 삶이 약속된 천국으로 향하면 만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적 가치관에 따르면 인간은 무한의 대상이 아닌 유한한 대상으로 시선을 돌릴 때 불행해집니다. 원죄로 인한 타락이 그들을 영원한 결핍의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동일 교수님은 이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마무리 짓는지도 모릅니다.

Desero sed satisfacio.

데지데로 세드 사티스파치오.

욕망한다. 그러나 나는 만족한다.

한동일 교수님은 그의 저서에서 자신은 욕망하지만 만족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만족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다고 합니다. 요즘 청년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껏 욕망하는 것조차 주제넘다고 생각할 정도로 빠르게 많은 것을 포기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욕망을 멈출 수 없는 존재이기에 우리네 삶에서의 욕망의 존재 이유와 여부를 논하기 보단,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위해 달릴 때 존재의 만족감을 느끼는지 도전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욕망하시나요? 아무쪼록 그 욕망이 여러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