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 생산성을 높이려고 이런 저런 노력을 하다 더배러에서 뽀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을 알게 됐습니다. 타래, 브라이언 등 더배러의 여러 베리즈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기법이기도 하죠. 이 기법의 수행 방법은 단순합니다.
- 정해진 시간(25분) 동안 할 한 가지 작업을 선정합니다.
- 25분 동안 집중해서 선정한 한 가지 작업을 수행합니다.
- 25분이 다 지나면 5분 동안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여기까지가 1 뽀모도로 입니다(30분).
- 이후에 다시 25분의 작업을 진행하고 5분의 휴식을 갖습니다. (2 뽀모도리)
- 4개의 뽀모도리를 채우고 나면 15분 동안의 긴 휴식을 갖습니다. 뽀모도르의 복수형이 뽀모도리(Pomodori) 입니다.
25분씩 작업하고 5분씩 쉬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처음에는 제법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25분 동안 완전히 집중해서 한 가지 작업에만 몰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메신저, 메일, 알림 같은 요소들에 주의를 뺏기지 않고 25분 동안 오롯이 그 작업만 하는 게 여간 익숙해지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뽀모도로 기법을 적용해보며 시간 관리의 효율성을 체험했지만, 저는 곧 깨달았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시간을 잘 조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왜냐하면 할일과 해야할 일을 정리하다 보면 인생의 큰 흐름 속에서 나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저의 아침 15분이 어떻게 제 삶을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어떻게 제 일상과 장기적인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본업을 제외하고도 여러 일을 하다 보니 머릿속과 일정이 온통 해야 할 일과 해야만 하는 일로 가득 찼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일은 해외 에이전시와 일을 매일 하다 보니 업무 요청이 밤사이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본업도 전날 업무 종료 후 고객이 보낸 업무 요청 이메일이 쌓여 있는 경우가 대다수죠. 거기에 가정 대소사와 지인들과의 약속까지 고려해 목록을 작성하다 보니 매일 매일 토마토(뽀모도로)를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내가 임신했을 때도, 아이가 태어나서 밤중에 수유한 뒤 다시 재울 때도 제 손에서 휴대전화가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밤중에 클라이언트 요청이 오면 자다가도 깨서 이메일을 확인하고선 컴퓨터 앞으로 기어가 처리하고 했을 정도였죠. 그러다가 작년 어느날, 결혼한지 6년만에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렇게 경주마처럼 앞만 보면 달리는 건 좋은 데 제 자신과 주변은 언제쯤 돌아볼 거냐고요. 갑자기 멍해지더군요.
일을 잘 주던 클라이언트 3곳을 끊어냈습니다. 한참 열심히 참여하던 스터디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는 아침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누구와 함께 가는지, 그리고 그 여정 가운데서 무엇을 하는지 살피는 시간을 매일 갖게 된거죠.
나를 바꾸는 15분
처음 이 주제로 글을 시작했을 때(하루 15분이면 "오늘"이 달라져요" 링크) 15분 동안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런 내용을 적었습니다.
- 15분 운동
- 15분 독서
- 15분 글쓰기
- 15분 노래 연습
- 15분 언어 학습
- 15분 명상(또는 성서읽기 및 기도하기)
- 15분 정리 정돈
굵게 표시한 항목은 제가 지금도 1년 넘게 거의 매일 하고 있는 활동 들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중 제가 아침에 하는 15분 활동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다소 개인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지만 딥한 내용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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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읽기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성서읽기 입니다. 다들 어릴 때 친구 따라서 한 번씩 선물 받으러 갔던 교회나 성당에 대한 기억이 있으시잖아요. 바로 거기서 읽는 그 성서입니다. 최근 1년 이상 꾸준히 읽었더니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삶의 질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작정 여러분께 읽으면 좋으니 모두 성서를 읽으세요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이유를 고민해 봤더니 이런 결론이 나더군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성서에는 여러 이야기가 다양한 문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매일 저와 연결하며 읽다 보니 강제로 아침부터 뇌를 활성화하게 되더군요. 특히 일요일 예배나 특별 예배에 갈 때마다 들었던 설교와, 그 전에 읽었던 각종 책의 내용과, 아침마다 읽는 성서의 내용이 하나로 연결됨이 이해될 때마다 나의 생각이 아닌 나침반과 같이 확실한 기준으로 현재 나의 위치와 가야 할 길을 다시 헤아리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매일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맥락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또한 관련 지식과 정보의 연결을 통해 결국 종합적 사고 능력이 향상되었거나 최소한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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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기 성서 읽기 시간이 제 삶에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기도의 시간은 나의 불완전성을 완전한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채우고 흔들리지 않는 자아 상태를 회복하고 또한 영적 성장과 성숙을 꾀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가졌던 질문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사람은 완전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빠진 걸까? 빠진 부분을 채우고 완전해질 수 있을까? 입니다. 현재는 영원히 완전해질 수 없지만, 완벽한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그 불완전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상태입니다. 저에게는 그러한 시간이 기도 시간이고, 이러한 아침 기도 시간을 통해 그날 제가 해야 할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다시 살펴보고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점검합니다.
일반인을 위한 15분 활동
아시다시피 이 글의 목적이 전도도 아니고 일반인들을 위한 고민과 배려도 포함되어 있어야 하기에 다양한 리서치와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대안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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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사명 선언문 낭독을 통한 삶의 이정표 확인 아침에 할일을 정리하고 이를 수행하기에 앞서 내 삶의 철학이 반영된 사명 선언문을 읽음으로써 매일 하는 일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또한 삶의 목적과 장기 목표를 기억하며 매 순간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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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통한 자아 성찰 및 내면 성장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링크 참조)에서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모든 명상이나 성찰은 어떤 절대적이거나 초월적인 존재나 원리를 스스로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 기도와 근접하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지라도 제가 기도하기 시간을 통해 얻는 유익을 명상을 통해서도 일부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아침 15분이면 “오늘”이 달라집니다
아니, 인생이 달라집니다. 길게 글을 썼지만 결론은 지난번 글과 같습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삶을 주체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아침 15분을 유용하게 활용함으로써 매일 내적으로 풍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치더라도 확실히 정신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었음을 느낍니다. 베리즈 여러분은 하루의 시작에 앞서 황금 같은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그리고 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나요?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