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치료의 효과와 한계

형님은 저와 아내에게 동시에 같은 약을 먹고 한번 경과를 살펴보자고 권유했습니다. 푸로핀이라는 약을 처방받았으며, 아침에 복용할 것을 권장받았습니다. 저녁에 먹으면 숙면을 방해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약은 의존성이 적어서 언제든지 상태가 좋아지면 투약을 중지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집중력이나 에너지를 올릴 필요가 있을 때는 콘써타라는 약도 추천받았습니다.

이와중에도 나중에 베리즈 여러분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복용한 후의 변화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

16일 저녁 첫 투약

일반인 100%의 컨디션으로 머리가 회전한다면 200% 이상 머리가 돌아가며 앞뒤로 과부하 걸린다는 느낌이 최근 있었습니다. 약을 한 달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과하게 돌아가던 머리가 100% 정도로 가라앉으며 한결 생각이 단순해졌고, 실연 당한 것처럼 먹먹하고 아팠던 가슴도 상당히 호전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간 멍한 느낌이 들었지만, 훨씬 살만해졌습니다. 오버클록 되어 폭발하려던 머리가 안정된 느낌이라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던 제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업무하기 싫어서 딴짓(게임, 유튜브)하던 빈도와 시간이 줄었고, 집중력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삶에서 쓸데없었던 모두를 다 가지치기한 느낌이었습니다. 밤에 5시간 정도 잤습니다.

17일 아침 투약

오전 7시 반쯤 약을 먹었습니다. 출근할 때쯤 되니 생각이 느슨해지기 시작했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니 배가 고픈 느낌이 들었으나 식욕이 없었습니다. 무언가 먹을까 생각하며 잠시 나갔으나 여전히 먹고 싶은 것이 없어 회사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푸릇푸릇한 풍경도 좋고 햇볕도 좋았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은 여전히 적었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밤에 6시간 정도 잤습니다.

18일 아침 투약

아침에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았는데, 평소갔으면 화도 나거나 아이를 혼냈을 텐데 부드럽게 달랠 수 있었습니다. 정오부터는 외부활동을 했는데 평소보다 쉽게 몸이 지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12시부터 6시 반까지 쉬지 않고 일정을 소화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후 5시부터 5시 반 사이에 잠깐 차에서 잠을 잤습니다. 계속 잠이 쏟아지길래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모든 일을 뒤로 하고 밤 10시쯤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막상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핸드폰도 쳐다보다가 결국 밤 11시쯤 되어서야 잘 수 있었습니다. 8시간 정도 잤습니다.

19일 아침 투약

오늘은 잠이 계속 쏟아졌습니다. 오늘은 약을 먹고 약효가 돌기 전까지 부정적인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지만, 약을 먹은 후 생각이 점차 줄어들어 좋았습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이 계속 쏟아졌습니다. 아침부터 외부 활동이 있어 계속 돌아다녔는데 일정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아직 심적으로 어렵게 한 상대를 보는게 힘들었습니다. 약물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 효과가 마음의 모든 상처를 치유하지는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약물 치료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멍한 느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고, 불필요한 생각이나 감정의 동요가 줄어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극단적인 생각이 사라지고, 조금씩 더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아 삶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앞으로의 회복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신앙으로 돌보는 마음

약물 치료와 함께, 저는 신앙 생활에도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시로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성경 말씀 속에서 다시금 희망과 위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이 주는 평온함은 약물과는 다른 종류의 치유를 제공했습니다.

신앙 생활을 통해, 저는 내가 겪는 어려움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시련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제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신앙 공동체의 지지와 위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기도하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큰 수렁에 빠지면 도움을 외쳐야 벗어날 수 있어요

인생의 굴곡과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신념과 확신을 바탕으로 삶을 이어가야 합니다. 때로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 형님과의 상담을 통해 다시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삶의 혼돈 속에서도 나만의 궁극적인 목적과 신념을 갖고 끈기 있게 지켜나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잃지 않는 배처럼, 우리는 혼란 속에서도 굳건히 우리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삶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아 가며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신앙과 믿음, 그리고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우아한 세상을 소개하는 지식노동자, 앤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