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잘 모시고 오늘 복귀했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삼 일 전 근무 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급하게 조의 휴가를 간 점장이 오늘 근무 복귀 했다고 연락이 왔다.

"수고 많았네요, 할머니 편히 잘 쉬시길 바랄게요. 근데 조의 휴가가 3일 부여되는데 오늘까지 쉬지 그랬어요.?"

월요일은 이미 출근하기도 했고 퇴근 후 본가에 가면 된다고 해서 별도의 근태 반영을 하지 않았으니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경조휴가를 사용해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목요일에 출근했다고 연락을 했길래 더 쉬어도 되는데 출근을 한 터라 물어봤다.

"매장 스케줄도 갑자기 바꿔야 했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 한테도 미안하고 그래서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스케줄이 변경되는 건,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충분히 배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스케줄 조정을 하면 충분히 쉴 수 있는 상황이었을 텐데, 직원들에게 더 미안한 이야기를 하기 싫었겠지. 그래서 점장은 책임감 때문에 경조 휴가를 다 사용하지 않고 출근한 상황임이 느껴졌다.

"우리 조의휴가 한 달 안에만 사용하면 되는 거 알고 있죠? 하루 남은 조의휴가 한 달 안에 스케줄 반영해서 사용하는 걸로 해요. 알겠죠?"

메신저로 나누는 대화였지만, 뜻하지 않은 내 이야기에 메신저 너머로 느껴지는 조금은 놀란 하지만 고마움이 가득 담긴 대답이 돌아왔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스케줄 반영 가능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내 복리후생 경조사 지원에서 조의가 있을 경우 당일로부터 1개월 안에 최대 3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화환과 조의용품 역시 희망하면 신청이 가능하고 경조금도 재직 연수에 따라 지급이 된다.

보통의 경우라면 경조일에 부여되는 휴가를 경조일 기준으로 해서 한꺼번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스케쥴링하는데 매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꼭 필요한 휴가 일수 먼저 반영하고 추후에 남은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아마 연락을 준 점장도 위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테지만 상사인 내가 먼저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 주고 챙겨주는 모습이 새삼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상위 직급이 된다는 건

매장에서 점장을 할 때도 그랬고, 매니저로 승격해서 근무하는 지금도 항상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있다. 상사는 누군가의 위에 올라서는 게 아닌 누군가를 더 굳건히 받쳐줄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무엇보다 믿고 따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으며, 내편이 있다는 든든함에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게 진짜 상사의 역할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직원들이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으며, 내편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쉽게 생각해서 정말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도 좋다.

최근 염색을 해서 머리색이 바뀐 직원을 알아봐 주는 것에서부터 위에 이야기한 다 사용하지 못한 조의휴가를 챙겨서 사용하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등 크게 신경을 쓰거나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닌 아주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보기를 바란다.

마음을 얻는다는 건 다시 말하면 관심을 갖는 것이고, 그 관심이 여러 번 쌓이면 결국 마음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동안 근무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었을 때 팀의 목표와 방향성도 더욱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까지.

남들보다 조금 더 세심한 관찰과 관심

• 입사일 축하해 주기
• 승격 면접 당일 응원해 주기
• 수술 병가 복귀 후 회복 상태 물어봐주기
• 경조사 있으면 꼭 챙겨주기

내가 남들과 다르게 직원들을 축하하는 방식이다.

모든 직원들을 다 챙길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직급에 상관없이 축하해 줄 일이 있을 때 그때를 놓치지 않고 축하를 전하려고 한다.

생일은 누구나 축하를 하지만, 입사일을 축하받기는 정말 드문 일이고 승격 면접 당일 긴장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고 면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수술 후 컨디션은 괜찮은지 근무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남들과 다른 조금 더 세심한 관찰과 관심으로 한마디 건네는 그런 행동은 결국 진심을 다하는 마음으로 돌아온다.

리더십의 본질

상사로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직원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수적이다. 작은 관심들이 모여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긍정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위나 권위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소소한 배려를 계속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상호 간의 믿음과 존중이 깊어지게 될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 된 팀워크를 이끌어낸다. 열린 자세로 직원들의 마음에 다가가 소통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모두가 하나되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