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주한 나의 세계

나는 무엇을 메모할까? 결과물과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늘 떠오르는 것은 Simon Sinek의 "The Golden Circle"이다. 내가 그것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가 정리되었을 때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맥락적 설명이 가능하다. 내가 만들고 있는 지식체계 또한 그렇다. 메모라는 것이 모여 나만의 체계적 소통 공간을 구축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책장에 꽂혀있기를 바라는지 어떤 카테고리로 불리기를 바라는지를 고민하는 단계가 길다는 뜻이다.

내 세계의 주인공은?

이전에는 메모 내용만 본질로 바라보았다면 지금은 해당 내용을 기술하는 주변 환경의 지표들, 이를테면 메타정보와 같은 것을 남기기 시작했다. 내가 메모할 때 가장 집중하는 행위는 특정 메모의 내용 기술이 아니라, 그 메모가 가진 메타정보를 기록하는 것이다.

메모하는 행위는 자신을 반영한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최소 단위라는 뜻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어휘력이 많아지면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 넓어지고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메모 시스템 또한 그런 것 같다.

어떤 특징이 있는가?

메모의 이유와도 연결될 수 있는 내용인데, 나는 사실 소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정보의 차이를 메모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내가 어떤 지식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기록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근본적인 기저에는 다름에 대한 인지가 있다.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개념적 차이를 주목하거나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 차이를 알아채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의 메모는 그저 기억의 연장선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사고를 조직화하고, 그 사고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작용한다. 메모는 나만의 언어와 나만의 시각에서 보는 세상을 반영한다. 때로는 그것을 통해 나는 내가 가진 지식의 빈틈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메모를 통해 나의 사고를 정제하고 다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고싶은 것은?

니클라스 루만의 지식 관점에서 보면, 지식은 우리가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지식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메모를 통해 나는 지식을 기록하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메모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나의 사고와 학습의 연장선으로 작용하게 된다. Cross-sectional 한 지식의 기록이 Longitudinal 한 사고의 본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메모를 통해 나는 나만의 언어와 표현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나의 개성과 색깔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나만의 특별한 입장과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메모는 나의 사고와 학습의 도구로서뿐만 아니라, 나의 개성과 표현의 도구로서도 작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