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베리즈님들처럼 저도 어렸을 때는 열심히 제리를 응원하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톰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지면, 너도 어른이 되는 거란다."라는 명언(?)도 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일까요? 아마도 톰의 모습에서 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톰에게 제리는 단순한 먹이감이 아니에요. 제리는 톰의 존재 이유이자, 삶의 원동력이죠. 제리가 없다면 톰은 무엇을 할까요? 아마도 하루 종일 햇볕 좋은 곳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리가 있기에 톰은 매일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매일 반복되는 이 끝없는 도전의 모습이 바로 우리 모습이에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제리'를 쫓고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성적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승진이며, 또 다른 사람에게는 경제적 성공이에요.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때로는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 말이에요.

그런데 톰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재미있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어요. 톰이 가끔 제리를 잡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잡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톰은 제리를 놓아줍니다. 때로는 동정심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의해서요. 마치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것을 손에 넣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건, 톰과 제리의 관계는 늘 일정하지 않다는 거예요.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치열하게 다투지만, 또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외부의 적에 맞서 손을 잡고 협력하죠. 심지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우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이것이 바로 삶이 아닐까요?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손을 내밀고, 때로는 함께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가죠.

비교가 필요 없는 나만의 목표 무한소실점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가 말하는 '무한소실점'이란 개념이 여기서 빛을 발해요. 무한소실점이란 절대 도달할 수 없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인 삶의 목표를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무한소실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삶의 목표입니다. 이 목표는 너무 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해 봐야 의미가 없습니다."

우치다는 무한소실점을 기차 여행에 비유해요. 예를 들어 '더 나은 사람 되기'와 같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종착역과 같은거에요. 하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거죠. 일종의 '수행'인 셈이에요.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가는 KTX를 탔을 때, 수원역에서 멈추든, 서대구역에서 멈추든 모두 마찬가지에요. 무한소실점인 '부산역'에는 아무도 갈 수 없거든요. 그저 나아갈 뿐인거죠.

우리가 늘상 말하는 '최선'이나 '최고'는 깊이 살펴보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반에서 1등', '회사에서 승진 1순위'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목표들은 항상 누군가보다 앞서야 한다는 부담이 따라와요.

하지만 무한소실점은 달라요. '더 나은 사람 되기', '행복해지기' 같은 목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잖아요. 옆집 아저씨보다 더 행복한지 점수를 매길 수도 없고요. 그래서 오히려 편해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그냥 내 속도대로 가면 되거든요.

완전하지 않음의 역설

톰과 제리의 관계도 그래요. 톰에게 제리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무한소실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추격 자체가 톰의 존재 의미죠. 중요한 것은 몇 번 실패했는지, 다른 고양이보다 뒤처졌는지가 아니라, 오늘도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톰은 다른 고양이들과 제리 잡기 실력을 비교하지 않아요. 제리를 잡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죠. 왜냐하면 제리는 단순히 잡아야 할 생쥐가 아니라, 톰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제리가 없다면 톰도 없어요. 도달할 수 없는 목표가 없다면 여정도 의미를 잃죠.

이런 모습은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도 닮아 있어요. 평생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했던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예술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중단될 뿐이다."

다빈치에게 '완성'도 무한소실점이었어요. 절대 도달할 수 없지만, 그쪽으로 계속 걸어가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본 거죠. 예술사에서는 이를 '논피니토(Non finito)'라고 불러요. 작품을 일부러 미완성 상태로 남기는 기법이에요. 완성보다는 그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철학이죠.

다빈치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에요. 평생 "호기심 많은 관찰자"로 살아간 다빈치처럼, 우리도 고정된 틀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죠.

톰은 매번 실패하지만 그 실패에서 새로운 방법을 배워요. 다빈치가 강조한 "끊임없는 실험과 관찰"이 바로 톰의 모습이죠. 폭탄이 역으로 터지고, 함정에 자신이 빠져도 톰은 그 경험을 통해 다음번엔 더 기발한 작전을 세워요

우리는 모두 톰이에요. 각자의 제리를 쫓으며,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고, 때로는 작은 성공을 맛보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제리를 잡는 것보다 제리를 쫓으며 경험하는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요. 다빈치가 말한 것처럼 "예술은 결코 완성되지 않기에" 우리는 아름답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계속 실험하며 성장해 나가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추격 자체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든다는 사실이에요.

이런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서 지금도 유효해요. 80년이 지난 지금도 톰과 제리는 여전히 그 추격전을 계속하고 있고,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오늘도 각자의 무한소실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톰들에게 말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제리'를 쫓고 있나요? 그리고 그 추격전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계신가요?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예요.

마지막으로 톰과 제리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 아카데미상 7번 수상의 전설

톰과 제리는 194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아카데미상을 무려 7번이나 수상했어요! 수상작들을 보면: "Quiet Please"(1945), "The Cat Concerto"(1946), "The Little Orphan"(1949), "The Two Mouseketeers"(1952), "Johann Mouse"(1953) 등이 있어요. 특히 "The Cat Concerto"에서 나온 제리의 표정이 요즘 밈으로 유명한 '제리짤'의 원조랍니다!

🐱 톰의 본명은 재스퍼였다

톰의 원래 이름은 재스퍼(Jasper)였는데, 2회 때부터 톰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톰은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피아노 재능까지 가진 다재다능한 고양이랍니다.

🇰🇷 한국과 북한의 제목 차이

우리나라에서는 '이겨라 깐돌이'로 소개되었지만, 북한에서는 '령리한 생쥐와 멍청한 고양이'라는 직설적인 이름으로 수입되었다고 해요. 같은 작품인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지요?

📺 실제로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이었다

1930~5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성인이 주로 관람하던 영상 매체였어요. 그래서 톰과 제리에도 과음 장면이나 자살 시도 장면까지 여과 없이 나왔다고 해요. 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은 나중에 TV로 방영되면서 생긴거에요.

🎭 가짜 엔딩 이야기들

인터넷에 떠도는 '톰과 제리의 슬픈 결말' 이야기들은 모두 누리꾼들이 만든 창작물이에요. 톰과 제리는 네버엔딩 스토리로, 공식적인 결말은 없답니다! 지금도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