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라이언입니다.

오늘은 평소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 말입니다.

그것도 제가 가장 자신 있어했던 분야에서 겪은 뼈아픈 실패에 대해서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거든요. 하지만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또 저 자신에게도 정리가 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봅니다.

"나는 강의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몇 2 년간 옵시디언과 지식관리를 주제로 20번 이상 강의를 해왔거든요. 청중들의 반응도 좋았고, 나름 이 분야에서는 경험이 쌓였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DBpia에서 "연구자를 위한 옵시디언 활용법" 강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솔직히 말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아, 내가 평소에 하던 것이니까 잘 할 수 있겠지. 이번에도 별 문제없을 거야.'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순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험이 쌓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그 경험이 저를 방심하게 만들었던 거죠. 전형적인 과신의 함정에 빠진 거였습니다.

📈 예상치 못한 현실

강의를 수락하고 나서 한참 뒤,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하나둘 저를 당황시키기 시작했어요. 처음 요청을 받을 때는 단순히 "옵시디언 강의 하나 해달라"는 정도였는데, 실제 강의 공지가 나가고 나서야 이 강의의 진짜 규모를 알게 되었거든요.

전국 200개 대학에 공지가 나간다는 거예요. 예상 참가자가 600명에서 800명 정도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실시간 라이브 강의로요. 그제서야 '어? 이거 내가 평소에 하던 그런 아담한 규모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어요. 진작 알았다면 처음부터 다르게 준비했을 텐데, 이미 강의를 승낙한 뒤라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평소 제가 했던 강의들은 대부분 브라이언이라는 사람을 알고, 제가 어떤 내용과 주제로 어떤 스타일로 강의하는지 미리 알고 오시는 분들이었거든요. 그런데 번에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그저 "옵시디언" 이라는 주제만 보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강의 전날 밤, 저는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며 자료를 점검했어요.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내용도 좋고 자료도 충실하니까 문제없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달랬죠. 하지만 몸은 정직했나 봅니다. 뭔가 다르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강의가 시작되고, 저는 평소처럼 서론을 시작했어요. 지식관리의 중요성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왜 개인지식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강의할 때 항상 그랬듯이, 청중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배경지식을 천천히 설명하는 것이 제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런데 15분 정도 지났을까요? 채팅창에 이런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서론이 너무 길다""너무 원론적인 내용이다.""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언제 옵시디언으로 갈 거예요?"

그 순간 제 머릿속이 완전히 하얘졌습니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어요. '아, 내가 지금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설상가상으로 실시간 참가자 수를 확인해보니 800명까지 늘어나 있었어요. 800명이라니,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어떤 강의보다도 훨씬 큰 규모였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제가 하는 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급하게 서론을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미 제 멘탈은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남은 강의 시간 내내 계속 위축되어 있었고, 평소 제가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는 그런 내용들도 떨리며 전달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멘탈이 나가면 이렇게 기능이 떨어지는구나 하는 걸 첫 번째로 경험하게 되었어요.

[12:30 경 기빨리고 지친 브라이언]

강의가 끝나고 나서 저는 정말 심각한 자책에 빠졌어요.

가장 큰 자책은 제가 평소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못했을까? 평소였다면 훨씬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돌았어요. 그리고 기대를 갖고 강의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 특히 DBpia에서 이 강의를 기획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강사였나?'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 하루 오후는 정말 에너지가 쫙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자신감도 떨어지고, 뭘 해도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당일 오후에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돌아보니, 사실 강의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본론으로 들어가서는 댓글들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350명 정도의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있었다는 거죠. 오직 초반에 들려왔던 몇 개의 부정적인 댓글들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며 자책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완벽주의자인 제게 이런 종류의 '완벽하지 않은' 경험은 객관적인 결과보다 스스로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보니까 몇 가지 중요한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오히려 이 경험이 저에게 큰 배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 깨달음: 청중 분석의 중요성

제가 놓친 가장 큰 포인트는 청중 분석이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강의들을 다시 돌이켜보니, 대부분 브라이언이란 사람을 알고, 제 콘텐츠와 느낌, 스타일을 미리 알고 오시는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서론이 좀 길어도 참고 들어주셨고, 제 스타일도 이미 알고 계셨죠. 그래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DBpia 강의는 완전히 달랐어요. 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그저 "옵시디언"이라는 주제만 보고 오신 불특정 다수의 청중이었죠. 이분들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을 원하셨고, 서론은 최대한 짧게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길 바라셨던 거예요.

같은 내용, 같은 주제라고 해도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전달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했는데, 저는 이를 완전히 간과했던 거죠. 이건 정말 기본적인 거인데 참 빈틈없이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 깨달음: 겸손함에 대한 재정의

두 번째로 느낀 것은 겸손함에 대한 제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점이었어요. 10번 이상의 강의 경험이 오히려 저를 과신하게 만들었던 거죠. '아, 이정도는 어렵지 않지. 내가 이미 여러 번 해봤던 거잖아'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던 거예요.

사실 비슷한 경험이 예전에도 있었어요. 2023년 어떤 기업 강의에서 '영업 사원들을 위한 옵시디언 강의'를 진행했다가, 거기 청중들 중에서 김정운 교수(에디톨로지 저자)님이 계신 걸 발견했을 때도 완전히 당황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때도 '경험이 쌓였으니까 괜찮겠지' 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멘탈이 흔들렸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 거죠.

그런데 사실 매번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경험이 오히려 저를 안일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진정한 겸손함이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겸손함이라는 것이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고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었어요. 경험이 많을수록 더 조심스러워야 하고, 더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데 그 반대의 길로 갔던 거죠.

세 번째 깨달음: 현실적 관점의 필요성

세 번째로 깨달은 건, 제가 완벽주의자라서 발생한 인지적 오류였어요. 저는 초반에 들려왔던 부정적인 댓글 몇 개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어요. 마치 그 몇 개의 댓글이 전체 강의의 평가를 대변하는 것처럼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실제로 나중에 DBpia 관계자분들을 통해 들어보니, 좋은 피드백도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350명 정도의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있었다는 거예요. 800명 중에 350명이면, 거의 절반 정도가 끝까지 남아있었다는 이야기죠.

애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저는 일부의 부정적 의견에만 과도하게 휘둘리면서 전체를 잘못 판단했던 거예요. 이것도 정말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실패에서 얻은 성장의 교훈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들을 정리해보면, 가장 큰 깨달음은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것이었어요. 예전의 저라면 '내가 왜 이렇게 못하지?' '다 내 탓이야' '난 정말 강사로서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자책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준비가 부족했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이 경험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 강의나 발표를 할 때는 청중에 대해 더 꼼꼼히 분석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청중이 나를 알고 있는지, 어떤 기대를 갖고 왔는지, 어떤 수준의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집중할 시간 여유가 있는지, 즉시 활용 가능한 내용을 원하는지 등등을 미리 파악해야겠다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비판에 대한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판을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제가 전달하려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하고, 일부의 의견이 전체를 대표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모든 것을 지속적인 개선의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 결국 무엇이 나를 일으켰나

이 실패 경험 이후를 돌아보니, 가장 큰 변화는 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는 거예요. 제가 어떤 상황에서 당황하는지, 어떤 부분에 취약한지, 반대로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청중 분석과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실무적인 스킬도 얻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청중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비판에 대한 정신적 면역력이 생긴 것 같아요. 완전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몇 개의 부정적 의견에 모든 걸 맡겨버리지는 않게 되었거든요. 대신 본질적인 가치 전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실패도 성장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마인드셋을 정말로 체득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머리로만 알던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 거죠.

무엇보다 "경험이 많다고 겸손함을 잃으면 안 된다"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어요. 이 교훈만으로도 이번 경험은 충분히 값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당신의 실패도 성장의 씨앗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자신 있던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거나, 완벽주의 때문에 과도한 자책에 빠진 적이 있으실 테니까요.

그런 순간들이 찾아왔을 때 기억해 주세요:

• 실패는 성장의 재료라는 것
• 완벽함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것
•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는 있다는 것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더 나은 강사,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당신의 실패도 마찬가지로 성장의 씨앗이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적어둔 메모

강의나 발표를 하시는 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 혹시나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몇 가지 메모를 남겨봅니다. 

• 경험의 함정: 비슷한 주제로 여러 번 강의해봤다고 방심하지 말기. 똑같은 내용이라도 청중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강의예요. "이 정도는 쉽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인 것 같아요.
• 청중 먼저 파악하기: 나를 알고 온 팬층인지, 주제만 보고 온 불특정 다수인지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져야 해요. 팬층은 서론이 길어도 기다려주지만, 불특정 다수는 즉시 본론을 원하더라고요.
• 부정적 댓글에 흔들리지 않기: 실시간 댓글 몇 개가 전체를 대변하지 않아요. 침묵하는 다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고, 준비한 핵심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겸손함의 의미: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는 게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충분히 준비하는 것. 경험이 많을수록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